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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1999, The Children of Heaven)
이란 / 페르시아어 / 드라마, 코미디, 아이들 / 88분 전체관람가 / 2001년 03월 17일 개봉


출연: 아미르 파로크 하쉬미안, 바하레 세디퀴, 모하마드 아미르 나지
감독: 마지드 마지디
각본: 마지드 마지디
촬영: 파르비즈 말렉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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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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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당신은 왜 울고 있나요? (7/10)

글: 이설희
2001년 03월 27일

조회: 7198

이설희의 씨네마레터 #6

남자를 약하게 하는데 여자의 눈물만한 게 없다고 했던가요? 아무리 냉혈한 이라도 여성의 눈물 앞에선 머뭇거리게 되는 게 모름지기 인성였던게지요. 생각해보면 전 참 눈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건들기만 해도 훌쩍거리는 공주과는 아니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감정이입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고 해두어야 겠네요. 미노루 후루야가 그려내는 이나중 탁구부의 2등신 캐릭터처럼은 아니었지만, 한나를 짝사랑하는 송태섭의 수줍은 고백에 두 줄기 굵은 눈물을 떨굼으로 응수했던 강백호정도는 비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생각해보건데 제가 흘려낸 눈물들도 시간이 들어감에 따라 참 많이 변했던 것 같습니다.

까맣게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린시절이야 우는 이유의 대다수가 물리적인 고통이나 심정적인 뗴씀의 발로로서의 눈물이 고작이었겠고, 눈물의 대가로서 과자 한 조각 쥐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베시시 미소를 짓곤 했지요. 하지만 자라면서 흘리는 눈물은 그 이유도, 깊이도, 또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도 좀체 명확하지가 않아서 다만 혼자 눈물을 감추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눈물을 무기인양 최후의 히든카드로 상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기엔 저의 자존심이 너무 강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딴에는 많이 노력을 했었습니다. 이성에 눈을 뜨면서 소녀적 공상에 잠겨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울 때도, 내가 바라보는 사람은 언제나 나에게 등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씁씁하게 깨닫게 될 때도, 나의 모든 노력과 고심이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사회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될 때도.. 술기운을 빌려 화장실에서 조용히 떨구는 눈물정도로 스스로를 위안했었지요.

그런 저에게 유일하게 맘껏 울 수 있는 여유를 베풀어 주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극장인 것 같습니다. 어둠침침한 극장, 주변의 그 누구도 아랑곳 없이 스크린과 일대 일로 만나는 그 고요한 공간은 어느덧 켜켜이 쌓아두었던 23년의 모든 경험을 한곳에 둘러 모아 영화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나의 자취를 발견하게 해주지요. 기쁨의 눈물이건 슬픔의 눈물이건 자유로워진 나의 감성은 은희경의 말을 빌려 ‘매해 참아온 폭설처럼.. 그렇게 나를 덮겠다”와 꼭 같이 넘실대는 그 에너지를 차마 스스로 어쩌지 못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극장이 베풀어 주는 부드러운 자애에 취해 저는 때때로 안타까운 사랑에 가슴 아픈 수쥬강의 인어가 되기도 하고, 끝없이 옛사랑을 그리며 고통스럽고도 아름다웠던 성장을 반추하는 토토의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프랭크의 마법과 같은 몸짓 속에서 숨겨진 본성을 발견하는 재닛처럼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끝없는 하이웨이를 방황하는 헐벗은 영혼의 잔영에 지독한 고독감을 되씹기도 하며, 늙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체리열매의 향기에 취해 삶을 향한 미소 짓기를 배우기도 했었지요. 2시간 남짓한 그 마법과 같은 순간에 그간 쌓여진 감정의 잔여물을 떨어버리고, 배부른 나의 투정에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생기를 얻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천국의 아이들’을 보면서는..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가슴아파하며 나의 사치스런 감정을 반성하게 되었지요. 동생 자라의 하나밖에 없는 신발을 잃어버리고 글썽거리는 알리의 눈망울과 투정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린 자라의 눈에 맺히는 맑은 이슬방울들을 보며 자라난 애틋한 심정은 숨가쁜 두 남매의 이어달리기를 보며 조금씩 방울방울 맺혀갑니다. 거창하게 현재 이란사회의 가난과 병폐를 들먹이지 않아도, 두 남매의 눈물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바는 적지 않습니다.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오빠를 위해 동생을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남매의 순수한 마음은 그 순간 흘리고 있는 나의 눈물마저도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 아닐까 반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순수한 동심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숨가빴던 운동화 한 짝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가난과 삶의 질고, 고장난 자전거 때문에 망신창이가 된 몸을 덜컹거리는 차에 대충 싣고 돌아와야만 했던 그늘진 이들의 삶. 돌아보건대 나는 너무나 배부른 이유로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린 자라와 알리의 눈물에 함께 동감할 그런 자격이 있기나 한걸까? 그런 반성의 물음표들이 쉴새 없이 가슴에 꽂히기 시작했지요.

또다시 돌아온 현실세계에선 열두 밤을 꼬박 새워도 알 수 없다는 사랑처럼 의뭉스러운 것 투성이지만, 또 그만큼 쌓여진 많은 감정의 굴곡들 속에서 흘릴 눈물이 많기도 하겠지만, 알리와 자라의 눈물로 말갛게 씻긴 영혼으로 조금은 가뿐해진 마음채비로 인생의 아이러니들을 담담하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비극과 맞닿아 있는 것은 분명 희극일진대.. 눈물은 조금 더 힘들 때를 위해 남겨놓자. 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던 알리의 부르튼 발가락을 조용히 휘감던 빨간 금붕어들처럼 신비스럽게 준비된 인생의 달콤함을 위해서 힘을 내야겠다는거죠.

천국의 아이들은 그렇게 순순한 눈망울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구두를 잃어버린 그 절박함이 당신을 울게 만들고 있나요? 그래도 당신의 상처를 감싸 안을 빨간 금붕어를 기다려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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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 금동호 (200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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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만 봐도 눈물이 나오네요 박윤국 (200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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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당신은 왜 울고 있나요? - 이설희 (200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