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영화를 본 것은 어머니와 함께 본 에밀 쿠스트리차의 <아빠는 출장중>이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아는 분도 있을 테고 모르는 분도 있을테지만. 그때 당시 나는 뭐 영화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또 어두컴컴한 공간에 처음으로 와 본 터라 자고 먹기에 바뻤다. 그래서 영화 내용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 다음 두번째로 영화관에 간 것은 아버지와 함께였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영화을 본다고 따라 본 것은 <태백산맥>이었다. 야한 장면이 연속으로 나올 때마다 부끄러움을 타시며 음료수를 사온다고 나가는 아버지의 표정 속에 빨간 홍옥이 들어있음을 느낀 나는 그때 당시만 해도 정말 철 모르는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그 영화에 몰두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때도 영화에 대해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영화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은 이 영화 때문이었다. <바그다드 카페>..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래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사막 한가운데 촉촉히 입술을 적시어줄 커피 한잔을 먹을 수 있는 곳. 그곳을 나는 사막의 천국라고 불렀다. 따가운 햇살 한가운데 퍼지는 calling you 노래만큼 아름다운 노래는 없으리라 라고 생각한 나는 영화를 본 즉시 음반사에 가서 OST를 샀다. 그 당시 OST는 2장으로 이루워져 있다. 가격...정말 비싸다. 지금 같으면 살 엄두도 안 났으리라.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비싸도 꼭 노래를 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주머니를 털어 음반을 사고 그 음반을 오랜시간 동안 들었다. 지금도 가끔씩은 시디 플레이어를 들고 그 노래를 듣곤 하는데.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거지만 너무 우울하다는 것이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모랫바람이 일렁이는 도로에 주인공이 쓸쓸히 걷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한동안은 음악을 듣지 않았다. 졸지에 노처녀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실려 가는 꼴 안 보려고..

오늘 텔레비전에서 귀에 익숙한 씨엠송이 나와서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파x'라는 텔레비전 광고 였는데 거기에서 calling you가 나왔다. 정말 광고와 씨엠송과는 너무 나도 안 어울렸는데 처음에는 광고 자체를 아예 안 보고 뒤돌아 있다가 들었기 때문일까 더욱 영화가 간절했다. 만약 광고를 봤으면 노래고 뭐고 광고 자체가 미웠을 것이다.(나중에서야 광고를 봤다. 기분은..말하지 않겠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한번씩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물론 권하고 욕먹는 경우가 나에게는 허다하기 때문에 이 경우도 괜히 권하고 욕먹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생애에서 가장 괜찮은 영화라고 믿었던 영화인데 설마..라는 자신감을 가져 본다.

이제 제법 가을 티가 나는지 밤이 쌀쌀하다. 어두운 밤 하늘을 바라 볼때마다 나는 이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바그다드 카페'로 가고 싶어진다. 브랜다가 끓여주는 맛있는 커피한잔과 쟈스민이 보여주는 마술을 보러 노처녀는 떠 나 고 싶 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