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데이트 할 여유없는 (사실은 애인이 없는게 문제지요) 저는 서울극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미션 임파서블 2!!(현란한 기교로만 따지면) + 대부 + 델마와 루이스를 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뭐 짬뽕 느와르라고 해야되나요? 하여튼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영화를 보려니 정신없고 거기다 영화는 피가 난무하고 사람들은 놀라고 웃고 노처녀의 기분도 짬뽕 비스무리였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는 데 매표소에는 어제 개봉한 세븐일레븐 ㅋㅋㅋ 친구인 '오션스 일레븐'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끓어지지 않아 서울극장을 빙빙 돌고 있더군요. 반대로 피도 눈물도 없이는 한산한 기분이었구요. 여기서 삼일절에는 한국영화를 보자고 할 때는 언제고 삼일절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미국영화에 발길이 끓기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미국 영화의 위대함은 거기 나오는 배우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잠시 다른 길로 빠졌군요. 피도 눈물도 없이는 제가 파자마를 입고 반쯤 자지러진 '다찌마와 리'와 동생과 둘이 보고는 사시미칼의 위대함을 느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감독한 류승완의 세 번째 작품이기는 하나 상업성 있는 장편영화에서 따지면 첫 번째 영화라고나 할까요? 처음에 천재 감독이라서 기대를 하긴 했지만 뒤에 반전이 조금 따라올 뿐 그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무술의 왕자라고 불리는 정두홍 무술 감독이 침묵맨으로 나와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이무영 감독의 까메오가 웃겼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조금 놀란 것은 영화는 여성들을 비하시키고 짓밟는 남성들에게 맥주병을 던지며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 단체에서 이 영화의 의미를 안다면 류승완 감독에게 공로상을 주겠죠?

류승완 감독은 처음부터 페미니스트의 편이었을까요? 이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 꽃섬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내용을 조금 꽈배기처럼 비비 꼬고 뒤에 반전을 조금 넣어서 장르를 액션 느와르로 바꿔 놨을 뿐입니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처음에 속 터지던 전도연이 나중에 정재영에게 나중에 기를 쓰고 덤벼들던 그 부분에서도 여성의 어느 한 부분을 터트리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입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봤을 때 말이죠. 남자들은 이것을 보면서 같은 남자로써도 정재영이 나쁜 놈으로 치부될 수도 있고 아님 도리어 그를 배신한 전도연을 나쁜 여자 취급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처녀인 제가 봤을 때는 남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말을 할 탓은 못 되는 것 같은데요?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