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에어>, <장군의 딸> 등 1급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감독한 사이몬 웨스트가 만든 <툼 레이더>는 원래 PC게임으로 유명한 에이도스사의 3인칭 3D 어드벤처게임 툼레이더 씨리즈를 영화화 한 것이다. 이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이 게임을 즐긴 사람이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그동안 수차례 영화화 된다는 소문이 게이머 사이에서 돌면서 라라 크로프트역에 적당한 배우라면서 게임관련 잡지에 몇몇 배우들의 사진이 실리곤 했었다. 툼레이더 게임의 특징은 이전까지의 액션형 게임에서 주로 남성 주인공이 등장한 것에 비해 주인공으로 여성 캐릭터를 선택해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을 즐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력적인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를 좋아해서 인지 많은 팬클럽이 생기고 마치 살아있는 한 사람의 스타로 생각할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영화로 등장한 <툼 레이더>는 게임의 이미지를 영화로 옮기는데는 어느정도 성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라 크로프트를 닮은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나 쌍권총, 고난도 액션, 영국식 저택, 집사, 캄보디아, 비엔나, 북극지역에 이어지는 배경등은 흡사 게임을 하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비슷하게 보여진다.

그렇지만 <툼 레이더>는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다. 게임의 이미지의 재현에 급급하다가 게임의 재미를 영화의 재미로 바꾸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만들고 말았다. 원작은 게임장르중 어드벤처류의 게임이다. 즉 복잡한 서사구조와 시간에 얾매지 않고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주인공을 움직이면서 즉 미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수수께기를 풀고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게임이다. 이와는 달리 영화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자리에 앉아서 시각적인 쾌감과 함께 서사구조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게임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사구조를 영화화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관객에게 라라 크로프트가 어떤 인물이며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지 설명하려다가 막상 관객의 타이밍을 놓치면서 재미를 반감시켜 버렸다.

<툼 레이더>는 너무 안일한 극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는 제대로된 악당도 없고, 왜 라라 크로프트가 트라이 앵글을 구해야 하는지 그 동기를 알기도 힘들다. 거기에 액션장면은 많이 등장하지만 맥없이 너무 쉽게 끝나 버린다. 라라 크로프트는 너무 강하고, 악당은 너무 약하게 그려진다. 극적인 해결이 등장하지 않으니 관객은 대리 만족이나 카타르시스 대신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마 툼레이더 게임을 즐긴 게이머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게임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사람보다 더 실망했을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수준이하의 블록버스터가 되 버린 <툼 레이더>는 헐리우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어 주고 있다. 게임이나 만화에 괜찮은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그 캐릭터로 영화로 만들기만 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깨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관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데 제작자는 관객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그런 환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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