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관한 공상적인 모티브에 관해 허탈하게 웃음기 띤 얼굴로 이야기 해보자. 자 우선 떠오르는 자신의 거주지가 어디인지부터 분명하게 파악하고, 좋아하는 혹은 주절거리기에 알맞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보자. 세계로 눈을 돌리는 휘황찬란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아름아름 고색 창연한 각 도시의 명소들을 알현하고 자신의 시신경에 꼭꼭 박아두는 것. 그 와중에 불현듯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생긴다면, 그것도 더더욱 이나 정신 사나운 뉴욕에서라면 말이다. 자 딱 15분간만 그곳에 머물려 보기로 하자. 사건은 해결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생각보다 영화 "15분"은 괘 정돈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영화다. 마천루의 꼭대기에 서 있는 도시이며, 모든 걸 자급자족 할 수 있는, 하지만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확실한 자본주의적 소비형태가 백여 년 가까이 꿈틀거리는 분화의 고립의 도시 뉴욕. 그곳에 떨어진 낯선 이방인 에밀(카렐 로덴)과 올렉(올렉 탁타로프). 그들은 15분만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명예스러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미국의 양면성을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올렉이 영화 내내 들고 나오는 디지털비디오카메라에 찍힌 또 다른 영화 '15분'은 왜 그들이 비열하게 뉴욕이라는 도시의 더러운 습성에 빠져드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안티자아다. 방화와 살인, 협박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범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테잎이 '탑스토리'라는 현장 티비프로그램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미 그들은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짐승처럼 본능만으로 살아가는 방법만을 터득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것은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베트릭 베이트만(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줬던 월스트리트의 무의미하고 건조한 일상의 살인과는 또 다른 전형을 제시한다 그것도 뉴욕에서. 그러나 우연찮게도 인종편견에 대한 주위의 우려와 달리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베이트만에 비해 이곳에서의 살의는 인종편견에 대한 우화와도 같다. 소영웅주의 목말라 있던 미국인들에게 형사 에디(로버트 드 니로)는 그 자체로 신앙이며, 스타였다. 그러한 그가 그들에 의해 처참하게 아니면 비굴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묵도하는 수많은 뉴욕커들의 머리 속은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었을까. 관음증에 수음을 달던 어리석은 대중에 불과했을까. 달리 보면 통쾌한 활극 같지만 영화 "15분"은 건전한 사회를 울부짖는 복수극이자 치정모반에 가까운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점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내츄럴 본 킬러"에서 올리버 스톤이 다루고자 했던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의 살인이 이 영화에서도 피아노의 소나타 형식 마냥 변주되지만 그들의 행동을 사이키델릭에 견주어 그려내지는 않는다. 감독인 존 허츠펠드는 그런 면에서 올리버 스톤 보다는 보수적이고, 덜 유명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언론에서 화자되기에는 너무나 주류에 머물렀던 얘기였고, 감상적이기까지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언론플레이를 정신적인 착란에서 다루었던 여타의 영화들보다 이야기 자체에 세심한 배려를 보인 까닭은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머리 속에 무엇이 남을 것이지를 고민하는 관객이 있다면 이 영화에 관한 코멘트는 이런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 유의하여 거대한 망상에 사로잡히지 말 것. 로버트 드니로를 끔직하게 좋아하는 관객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그의 러브레터 솜씨를 유심히 파악해 둘 것. 근래에 보기 드문 장면이기 때문이다. 에드워즈 번즈라는 배우를 눈여겨 볼 것. 결코 조급증을 내면서 영화를 재촉하지 말 것. 다 드러나는 절차를 여유롭게 진행하고 있을 뿐이니까. 부족하지만 배고픈 영화는 아닌 까닭에 즐기면서 볼 여유는 충분히 안겨 줄 수 있는 스테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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