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영상이 좀 더 좋았으면, 소리가 장면과 좀더 잘 어울렸으면, 감정을 소리로,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까? 나아가 영화의 메시지가 뭐지 등 이러한 생각등 일게다. 그럼 이런 생각으로 판소리 영화(?) <춘향뎐>을 한번 보자. 특히 춘향뎐에서는 소리의 위치가 특별 하니 소리가 영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이것은 새로운 영화 문법/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 만약 필요로 한다면 춘향뎐은 어떻게 그것을 구체화 하고 있는가? 그 구체성은 감독의 93년작 <서편제>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가? 등을 중심으로 한번 보자.

영화에서 소리는 어떤 위치일까? 초기 영화는 무성영화로 출발한다. 이것은 소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면 발레를 생각하면 된다. 발레는 대사가 없고 반주만 존재하며 모든 의사전달은 이 반주와 발레리나의 몸동작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시각적 효과를 통하여 극대화하기 위하여 춤 동작에 대한 안무가 아주 중요하다. 초기 무성영화는 사실 이와 상당히 유사한 형식이다. 반주의 소리를 어떻게 춤 동작과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관객의 감정처리가 달라지듯이 무성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소리를 어떻게 영상에 맞게 처리할 것인가? 쉽게 볼 수 있는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던 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오면서 이 형식은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영화에 대사가 도입되는 것이다. 음악으로 치자면 아마 오페라쯤이 될 것이다. 오페라는 대사와 음악이 함께 극속에 섞여 있으며 관객은 그 가사내용과 배우의 연기를 함께 보고 들으면서 음악에 따라서 감정을 조절해 간다. 사실 발레와 오페라의 가장 큰 차이도 대사의 사용 유무이다. 대사 사용이 없으니 춤으로 모든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성영화와 발레는 시각적 효과를 항상 우위에 놓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무성영화에서 음악은 결코 영상을 넘어설 수 없다. 시작적인 것이 항상 최상에 군림한다. 발레에서도 마찬가지로 발레리나의 몸동작을 넘어설 수 없다. 둘다 시각적인 것에 종속적이며 이것은 소리는 단지 "동시 표현가능성의 한계"안에서 종속변수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유성영화에 오면서 이런 발레와의 유사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오페라에서는 음악이 시각적인 것보다 항상 최상에 군림한다. 이 음악에는 문학적인 대사와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공존하고 있으며 배우의 연기, 무대장치는 여기에 맞추어서 진행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를 보지않고 녹음된 소리만으로 들고 이해할 수가 있다. 바로 소리가 시각적인 것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성영화는 반대로 시각적인 영상이 소리위에 군림한다. 대사와 음악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각적인 것에 따라서 움직이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유성영화가 탄생하면서 영화와 오페라는 그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고 차이를 드러낸다. (둘의 발생한 시기적 구분이 아니라 그 유사성에서 굳이 발레와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대사의 도입으로 영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전을 거치는데 많은 문학적 작품들이 영화속으로 들어올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초기 영화는 사실 상당이 통속 예술 (그 당시의 예술관에 비추어 볼 때)로서 문학, 연극등의 고급예술과는 구분되어 졌으며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귀족들한테는 거의 빈민굴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영화의 영상은 유성영화를 거치면서 문학과 음악을 영화 속에서 만은 완전히 자신밑에 종속시키는 위치를 획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대본의 중요성은 문학작품으로서의 성질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스크린에 나타나는 사건과 불가결하게 놓인다.

이렇게 영화는 발전하여 연극과는 또 달리 편집, 촬영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예술장르로서 계속 발전하여 온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적 문법은 시각적인 것의 대사, 음악을 종속시키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음악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새로운 영화문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여러 감독들에 의하여 실험되어 왔으며 바로 우리의 판소리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도 이러한 것의 하나인듯 하다. 그러면 판소리는 어떠한가? 판소리 자체가 , 판소리 한마당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리꾼과 고수에 의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리가 우위에 점하고 시각적 효과는 거의 없으며 이 시각적 효과는 소리사설을 듣고 관객이 상상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여기에 판소리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힘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성영화, 현재의 모든 영화가 영상을 우위에 놓고 그것을 소리, 대사로 보완하는데 반하여 판소리 영화는 소리자체가 우위에 놓이고 관객의 상상의 몫인 시각적인 효과를 감독이 영상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판소리는 새로운 영화형식을 요구하게 되는데 춘향뎐의 감독은 서편제에서의 그 실험을 거쳐 ( 실험이 걸작이 되었지만) 춘향뎐에서 어느정도 소리와 영상을 대등한 위치로 잡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바로 츈향뎐은 판소리의 새로운 미학적 형태의 가능성으로 출발일뿐만 아니라 영화로서의 새로운 형식- 영상과 소리의 대등한 위치- 으로 그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자 그러면 감독은 이러한 새로운 형식을 어떻게 춘향뎐이란 영화를 통하여 구체화 시키고 있는가? 그것은 구체적인 장면을 들여다 보아야 할것이다. 사실 소리, 영상을 짧은 글 솜씨로 옮기는 것이 힘겼지만 그래도 몇 장면만 한번 짚어보자.

먼저 춘향이 그네타는 대목을 보자. "백백홍홍난민중"인 이대목은 이렇다 '섬섬옥수 번뜻 들어 양 그넷줄을 갈라쥐고… 앞이 번뜻 높았고. 뒤가 점점 멀었다. 사람은 사람이나 분명한 선녀라…" 이 대목에서 춘향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장면을 잡았는데 소리와 너무 잘맞다. 정말 춘향을 선녀처럼 앞으로 뒤로 가면서 보여준다.더 일품인 장면은 다음의 방자가 춘향을 부르러 가는 장면이다. 방자의 걸음걸음이 소리와 함께 울린다. 명창이 소리하는 장면은 사라지고 방자가 소리 사설에 맞추어 걸음을 옮긴다. 영화에서 "백백홍홍난만중" 대목을 지나 몽룡의 명을 받고 방자가 춘향을 부러러 가는 대목이다. "장송가지 뚝 꺽어 죽장 삼아서 자르르 끌어 이리저리 건너갈제, 조약돌 덥벅 집어 버들에 앉인 꾀꼬리 탁 쳐 후여쳐 날려보고 무수히 장난허다가…" 대목을 보면 잦은 중중몰이 장단에 맞춰 방자의 걸음은 빨랐다가 느렸다가 개울물을 건너고 꾀꼬리를 조약돌로 쳐 날려보내기도 한다. 이 장면은 일품으로 소리, 영상 도대체 어느것이 주(主)이고 종(從)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섞여 있다. 그 많은 춘향전에서 우리가 이런 장면을 보았던가? 이 두장면들은 생동감있게 소리에서도 중중몰이이고 장면전화도 빠르다. 소리에 맞추어 장면이 전환되는 것이다.그런 이별의 슬픔은 어떤가? 빨리 갈수야 없지 않은가? 춘향이는 가는임 조금이라도 늦게 보내야 하지 않나? 그러나 가는임 몽룡은 또 빨리 걸음을 재촉하여야 되지 않나? 그래서 앞의 잦은 중중몰이 보다 느린 중몰이다. 사설을 보자 "이만끔 보이다, 저만끔 보이다가, 달만큼 보이다, 별만끔 보이다, 나비만끔 보이다가" 소리가 화면 뒤에서 흘러나온다. 화면은 몽룡을 비추는데 화면 중앙이 아닌 오른쪽 한구석에 몽룡을 처리함으로써 춘향이의 임 그리는 마음, 임 떠난 자리의 텅빈 가슴이, 그 공허함과 사무침이 우는 모습보다 더 커 보인다. 멋지다. 바로 떠나는 임에 대한 사무침의 정을 춘향이가 우는 장면이 아니라 저 멀리 나귀를 타고 걸음을 재촉하는 몽룡을 비추면서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소리와 영상과 감정이 삼위일체가 된 것이다. 안으로 감정을 삭이는 우리네 정서상 인물을 중심에 놓기 보다는 한쪽에 처리한 것이 훨씬 좋다. 동양적 감정의 멋진 영상 처리이다. 이러한 장면말고도 사랑가에 맞추어 두 젊은 원앙이 나누는 사랑놀이는 또 어떻고, 대목대목과 둘의 놀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의 "사랑가"는 둘의 사랑놀이와 함께 노닌다. 정말 사랑이 저럴까 싶다. 우리네 사랑도 그럴까 싶다. 이렇게 소리와 영상을 하나로 담고 여기에 감정까지 묻어내기는 쉽지가 않은데 세명의 대가는 이를 멋드러지게 해냈다. 판소리가 죽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영상에 의하여 그 맛이 배가 된다.그러면 이러한 소리를 영상으로 다루는 것이 서편제에서는 어떠했으며 왜 감독은 츈향뎐의 소리제를 서편제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거칠고 호방한 동편제를 사용했는지 한번 보자. 그래야만 서편제와의 차이와 닮음도 보일것이고 서편제가 단순히 소리와 영상의 결합의 실험이상으로 걸작인 된 이유도 알 듯 싶다 사실 서편제, 춘향뎐 둘다 판소리를 중심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제작도 김명곤씨가 창을 지도하고 정일성 촬영감독과 임권택 감독 , 세 장인이 모여서 소리에 영상을 싣고 내용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소리와 영상의 어울림을 추구하였다는 데서 그 형식이 닮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서로가 너무 다르다. 주제의식이 다르고 소리와 영상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판소리의 소리제는 여러가지로 나뉘나 두 성격이 뚜렷이 대조되는 것이 있는데 서편제와 동 편제가 그것이다. 전라도에서 시작되어 남해로 흘러 섬진강을 중심으로 하여, 그 동쪽의 운봉, 구례, 순창과 같은 곳에서 많이 불린 씩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인 동편제와 섬진강의 서쪽인 광주, 나주, 보성과 같은 곳에서 많이 불린 정교하고 감칠맛나는 서편제가 있다. 감독이 서편제 영화의 주제를 먼저 선택하고 소리제를 택하였는지 아니면 서편제를 택하고 거기에 맞게 주제를 정하였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서편제 영화 그것만을 놓고 볼 수밖에 없다. 서편제는 주제에서 보면 영화에 대한, 예술에 대한 영화이고 감독 자신의 삶에 대한 영화일수도 있다. 이것은 춘향뎐이 일반적인 구체적 대상-사랑에 대한 영화인 것과 아주 큰 차이가 되고 실제 소리제의 사용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가진다. 서편제는 판소리의 소리제 형식을 취하고 춘향뎐은 구체적인 판소리의 한 마당을 취한다. 서편제는 길고 가는 호흡으로 차근차근 예술자체에 대하여 성찰하지만 츈향뎐은 거칠고 호방한 소리로 불같은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형식도 서편제는 기본적으로 Road Movie의 형태를 취하고 구도자의 길을 보여주는 듯하다. 길은 무엇인가? 길은 저멀리 가닿기 힘든 아득함과 그렇지만 가닿고 싶은 그 간절한 열망 때문에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지 않은가? 이것은 꼭 우리의 인생과 닮지 않았나? 바로 감독은 서편제를 통하여 예술이 어디로 가야할지, 예술가, 꾼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감독이 지나온 과거와 앞으로 가야할 곳이 어딘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이것을 극중 김명곤 소리꾼은 딸을 데리고 시골집 돌담길을 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앞서거니 뒷서기니 하면서 서편제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소리꾼이 그 딸을 데리고 진정한 소리꾼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 산천을 떠도는 것은 예술가가 궁극으로 지향하는 해방의 길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예술가가 걸어가는 장인정신에 대한 형상화이다. 감독의 지난한 삶이 될수도 있으며 하나의 영화가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기 까지의 모습이 될수도 있다. 내용이 이러니 특정한 판소리 한 마당은 영화의 내용과 어울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 판소리가 아닌 판소리 중 하나의 소리제 형식을 취하고 예술가의 길이 거칠고 호방하지도 않으니 그 형식도 거칠고 호방한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동편제보다는 정교하고 감칠맛 나는 서편제의 소리가 더 제격이다. 여기에 중후 장대함과는 거리가 먼 온화한 우리 산천의 모습이 서편제와 그 모습이 꼭 닮은 듯 싶고 소리꾼이 떠도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계절의 우리 산천은 꼭 예술가의 화려한 삶과 그 이면의 질곡과도 닮았다. 이러다 보니 소리와 영상의 어울림도 여기에 맞게 한계가 지워진다. 서편제에서의 소리는 츈향뎐에서 춘향이와 몽룡이가 몸을 섞듯 그리 잘 어울리지는 못하고 단지 서로 나란히 진행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서편제를 보고 '우리의 판소리가 이렇게 좋은줄 몰랐다'. 아니면 '우리의 산천이 이렇게 아름답게 영상으로 표현될 줄은 몰랐다'라고 하지 '소리와 영상이 한데 어울려 멋들어 지게 춤추는구나'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서편제에서 산천은 그냥 소월의 산유화처럼 혼자서 저만치 그냥 아름다웠을 뿐이고 춘향뎐처럼 소리속으로 깊숙이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감정도 마땅히 둘 자리가 없다. 아마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인생을, 예술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일 게다. 그렇지만 이런 한계는 서편제 소리와 그리고 영화의 주제와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이렇게 서편제에서의 실험은 소리와 영상이, 특히 우리의 판소리를 충분히 영상에 담아낼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러면 이 춘향뎐은 무엇인가?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 아닌가?

사랑은 생명 탄생의 바탕이며 매서운 겨울을 지나 피어나는 봄의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힘차지 않은가? 이런 춘향가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소리제와 영상의 얼개를 결정 지었다. 춘향뎐은 한 장소에서 축제의 한마당이니 소리도당연히 정교하고 섬세하여 감칠맛나는 서편제보다는 호방하고 거친 동편제가 제격이다. 그리고 주제가 사랑이니 구도자처럼 이리저리 산천을 떠돌 필요도 없다. 서편제가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멈춤을 보여준다면 춘향뎐은 한자리에 펼쳐진 신명나는 축제의 마당을 짧은 호흡으로 보여준다. 바로 정중동의 미학이다. 춘향뎐의 배경은 서편제와 달리 남원골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편제보다 더 역동적이다. 사랑이, 그리고 축제가 긴 여행보다는 역동적임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감독도 춘향뎐 소리제를 여기에 맞게 동편제에서 가져왔다. 바로 조상현 명창이 부르는 춘향가가 그것이다. 서편제가 소리와 장단에 많은 장식과 기교를 특징으로 함에 반하여 동편제는 특별한 기교없이 곧게 내지르는 통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가? 자 사랑과 축제의 역동성에 이것만한 것이 있겠는가?

이렇듯 서편제와 춘향뎐은 소리제가 다르고 영상으로 옮겨진 우리의 산천이 다르다. 서편제는 사계절 산천의 모습을 긴 호흡으로 보여주나 춘향뎐은 서편제의 긴 호흡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짧지만 굵게 남원골의 멋진 풍광을 드러낸다. 사랑의 호흡이 힘차고 짧은 것이 당연하듯이 영화의 장면 전환등도 훨씬 힘차고 빠르다. 이렇듯 둘다 소리와 영상의 어울림을 추구하긴 하나 춘향뎐에서는 고정된 장소의 지루함을 소리에서의 힘과 역동성으로 극복하고 있으며 반대로 서편제에서는 다양하게 이동하는 장소의 움직임을 가늘고 긴 소리로 그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서편제에서 가늘고 끈질긴 예술의 투혼과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늙어가는 장인의 모습을 본다면 춘향뎐에서는 이제 막 물이 올라 꽃망울을 터트리는 젊은 청춘남녀의 생명의 기운을 본다. 이렇듯 두 영화는 그 소리의 선택과 영상의 움직임에서 차이를 여실히 보이고 있으며 이것은 소리가 영상과 한데 어울려 서로를 구분할수 없는 경지까지 간다. 바로 기존 서구영화의 문법, 시각적인 영상이 소리위에 군림하는 형태가 뒤집히고 발전되어 주종(主從)없이 서로가 한됨이 되어 버린 것이다. . 춘향뎐이 이러니 춘향전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해석이 무에 필요한가? 대사와 음악이 시각적인 영상에 보조적인 위치인 기존의 영화형식은 유성영화의 기본 형식과 차이가 없으니 당연히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옮길 경우에 새로운 텍스트 해석으로 영상을 받쳐야 새로운 영화가 될 것 아닌가? 그러나 소리가 보조적인 위치를 넘어 영상과 대등한 위치로 하나로 섞여 버렸는데 무슨 해석이 필요한가? 이것 자체가 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인데.. 기존 영화형식의 틀이 아닌데. 감독은 애초에 작품의 문학적 해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뛰어난 동편제 판소리 영화, 새로운 형식의 영화 한편을 머리속에 담고 출발한 듯 하다. 아니면 서편제 이후 기존영화 형식의 한계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춘향뎐은 소리와 영상의 결합을 기존의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영화형식의 가능성을 열어 젖힌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춘향뎐의 최고의 미덕이다. 한마디로 춘향뎐 어울림의 미학이 아주 뛰어난 영화이다. 영상과 소리의 어울림이 아주 뛰어나며 거기에 감정까지 덩달아 춤춘다. 이 세박자 어울림의 절묘함. 바로 영화보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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