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에 관계없이 한번쯤은 자신이 꾸밀 단란한 가정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남자는 안정된 직장에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재벌 총수의 아들도 아닌 적당한 수입에 일명 여우같은 아내와 토깽이 같은 자식들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 여자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가난하게 찢어진 생활이 아닌 문화생활을 즐기며 넉넉하게 살아가는 여유. 그들과 함께 살집은 파란 마당이 넓게 자리잡은 아담한 집 한 채.(물론 그 집이 전세나 월세면 안 된다.) 아참! 거기다 허쉬파피 같은 강아지 한 마리가 어디선가 뛰어 놀면 금상첨화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을 해봤을 즐거운 나의 집. 그런 집에서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아들의 방"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환자의 상담을 들어주면서도 여유롭게 사는 정신과 의사. 일을 하긴 하는데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여유롭게만 보이는 어머니, 너무나 착하고 순진하여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들, 운동을 좋아하는 딸.

노처녀의 말꼬리가 조금씩 꼬아지고 있다. 왜!!! 왜!!! 이런 사람들이 영화에 나오는 거지? 노처녀가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것들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진지한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흥분하게 하는 영화중 하나 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주인공의 가족이 부러워서 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깐느에서 인정해준 영화.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가는 영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호기심보다는 조금은 짜증이 나는 영화. 글을 시작할 때부터 딴지를 놓았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욕먹을 준비하고 딴지를 깔아야 하는 건가? 아니다. 그래도 영화가 좋았으니 딴지를 걸지 걸만한 가치도 없는 영화들을 얘기하는 노처녀의 심정이란 가슴이 미어질 듯하다.

영화 아들의 방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부모의 심정을 세밀하게 잡아내고 있다. 나는 부모가 되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배아파 낳은 자식을 잃는 아픔이란. 아마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일 것이다. 그 감정을 아들의 방에서는 잘 잡아 주고 있다. 밥도 굶은 체 아들이 즐겨듣던 음악만 들려도 눈물을 질질 흘리니 그 마음 낳아보지 않은 나조차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의 죽음 이후 평화로운 가정은 순식간에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아버지는 아들의 조깅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상상한다.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정신상담의뢰에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을. 하지만 모든 일은 물 건너갔다. 버스는 떠났고 아들은 먼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들의 고통이 어찌나 큰지 아버지는 자신을 갑작스럽게 불러낸 상담의뢰자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여자친구에 집착하고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과 어긋난다.

영화는 시작할 때 졸릴 듯하다 후반부에서는 슬픔으로 둘러싸 끝은 극복으로 끝난다. 물론 끝 장면을 보신 분들은 그 장면이 극복이야? 라고 궁금해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극복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노처녀의 딴지를 걸었던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에 나오는 가족애에 대한 질투심인 것 같다. 요즘 해체가족이 많은 사회에서 저런 가족을 보는 것도 드물기 때문에. 하지만 아무리 해체가족이라 해도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 노처녀 씁쓸해진다. 현실에서 흔히 볼수 있는 따뜻한 행복들을 이제는 영화에서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런 면에서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를 찾는 지도 모르겠다. 현실 속에서 복구하기 힘든 희망을 영화에서는 그!! 래!! 도!! 살려주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느꼈음 좋겠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가족 일부분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닌. 요즘 같은 해체 가족에 대한 슬픔을 비판하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노처녀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아버지가 달리기하는 장면이다. 바람을 가르쳐 뛰는 장면은 보는 사람마저 상쾌하게 느껴진다. 말이 나온 김에 나도 츄리닝이나 사서 달리기나 시작해 볼까? (맨날 말만하고 행동으로는 안 옮기는 노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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