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거창한 카피 아래 시작한 <파이널 환타지>. 지존군은 일찌감치 올해의 영화로 선정을 해놓고는 개봉과 동시에 확인사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역시 속단은 금물이었을까?

일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영화의 그래픽은 압권이다. 오프닝에서 펼쳐지는 아키의 꿈은 그야말로 '판타지'라는 제목에 걸맞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그리고 캐릭터를 훑어보면 그래픽으로 그려낸 아키란 캐릭터는 일본의 미소녀 캐릭터 구성 공식에 충실해서 충분히 귀여운맛을 준다.(이 말 하다보니 켄 아카마츠의 러브인러브 생각난다. 그 만화 10권을 빨리 봐야 하는데..) 그리고 숀 코너리를 패러디한듯한 늙은 박사와 안젤리나 졸리를 빼닮은듯한 여전사, 게다가 근육질의 남성캐릭과 생긴걸로 저놈 나쁜 놈이다를 증명해주는 의원까지 말이다.

저말은 어찌보면 칭찬일테지만 지존군은 분명 저걸 칭찬으로 말하는건 아니다. 저말은 즉 그래픽에만 연연했다는 말의 또 다른 반증일테니까.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성격상 인물의 생김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해야만 하는걸 감안해서 그건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지존군이 말하려는 화두도 저건 아니니까 말이다.

일단 파이널판타지는 그래픽과 영상만으로는 영화가 되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하고 뻔뻔스런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물론 가이아 이론이라는 이론에 뿌리를 둔 스토리라인 자체가 허접이라는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류의 애니에서 표현할만한 소재가 못된다는것은 마지막 지구의 영혼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실소를 금하기 힘들다는것만 봐도 충분히 경험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래픽과 영상이 독보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재평가 가치는 있겠지만 솔직히 지존군은 이 영화와 <토이 스토리>와의 차이점을 별반 발견하기 힘들었다. 물론 지존군이 마이너스8의 치명적 시력결함을 보유한 인간이기에 그럴수도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동양적소재(감독이 일본인이니 넘어가자)라고 볼수도 있는 소재 (어찌보면 가이아 이론보단 Zen혹은 氣의 개념이 더 잘먹혔을것도 하다) 라서 그런지 상당히 추상적이지만..눈으로 보여주어야만 이해가 가는 애니메이션의 특성때문에 어쩔수 없이 상당히 조악한 (여기서 조악은 그래픽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 방식, 즉 그 유치한 상상력을 가르키는것이다) 편이다.

<진주만>에 맞먹는 초기비용을 들인것이 만일 속편을 고려한것이라면 솔직히 좀 암담하다. 전편의 스토리가 이러할진데 속편까지 나오시겠다라니. 거기에 외계인의 정체라는것 또한 기존 SF의 상상력과는 다른 방향의 가지치기지만 그것만 가지고 모든 스토리를 뒤집어 내기엔 태부족이다.

영화의 제목답게 환상은 이번으로 마지막을 고해야 할듯 하다. 지존군의 악평이 옥황상제의 똥침을 찌르는 것을 너무나 죄송하게 여기며..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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