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들. 당대의 부와 쾌락만을 좇아 전인류의 생존의 기반을 갉아먹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식한 범죄행위에 대해 감독 캐롤 발라드는 색다른 방식으로 도전한다. 환경운동가들의 온몸을 던져 싸우는 치열한 투쟁이나 범죄자들에게 퍼붓는 준엄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온 대지를 뒤덮어버린 잡초를 제거하기위해 제초제를 뿌리거나, 일일이 뽑아내는 대신 그 대지에 거대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서서히 잡초가 사라지게 하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방식이다.

그만의 도전은 늪지대 개발작업으로 어미를 잃어버린 야생거위 알들을 보살피고 기르는 어린 에이미(안나 파킨)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행여나 알에 상처가 날까봐 고사리 같은 두손으로 고이받들어 품에 안는 정성스런 모습, 알 하나하나를 옷감과 천으로 곱게 싸서 놓은 다음 온기를 주기 위해 백열등을 설치하는 장면들은 진지하고 성스럽다. 작은 소녀의 모습은 어렸을적 학교 앞에서 병아리나 메추라기 한두마리를 사가지고 와서 소중하게 기른 우리들의 경험과 다를바 없다. 자그만 소꿉장난 그릇에 담아준 먹이와 물을 마시며 성장해가는 생명을 보며 느끼고 배운 경이로움과 애정에서 아마 감독 캐롤 발라드는 욕망에 대항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발견한 것이다.

거위들을 자연상태로 적응시키고자 애쓰는 에이미가 아빠의 도움으로 행글라이더 조종법을 배운 후, 드디어 하늘을 나는 에이미와 그녀를 어미로 알고 힘차게 날아 길게 일직선으로 쫓아가는 15마리의 거위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비행에서 그 강한 힘은 더욱 극대화된다. 늪지대 주변의 아늑하고 정겨운 풍경들을 아래로하고 감미로운 OST “ten miles away~~~” 가 흘러나오면 감동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기계인 행글라이더와 생명체인 거위들이 함께 하늘을 나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이 오랜 갈등을 끝내고 드디어 화해를 이루어냄을 보여준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태에 비판하기는 쉽다. 또한 그런 행위를 막고 보호하는 것은 수동적이며 집요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자연을 지키기엔 한계가 있을 테다. 공격이 최선을 방어라고 했듯이 에이미와 그녀의 가족들이 보여준 것처럼 자연을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한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비행이 되어 혹은 아름다운 수영이 되어, 아름다운 뜀박질이 되어 욕망에 눈이 먼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약 4일간의 긴 여행이 언론을 통해 방송이 되고, 에이미와 아빠의 행동은 시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며, 심지어 철새 서식처를 개발하려는 사업자의 욕망을 잠재워버린다. 사실 이 부분은 너무나 계몽적이고 비현실적이라 거부감이 든다. 그러나 감독 캐롤 발라드가 인간 내면에 있는 아름다운 속성을 찾아내고 그로부터 인간의 행동을 욕망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공로가 그것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행글라이더와 거위들의 그토록 아름다운 비행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개들의 일대 수난을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던 영화 "수취인불명"의 첫 장면에서 '이 영화 촬영으로 죽은 개는 한마리도 없다'는 메세지가 나온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내용과 영상이 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영화를 위해 그 거위들을 인위적으로 어미없는 고아로 만들었다면 영화의 작품성은 실상 허접일 따름이다. 하지만, 작품을 볼 때 감독 캐롤 발라드가 그리하진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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