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보다가 루시드폴의 "그대 손으로" 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눈에 띄는 뮤직비디오 더군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미연 감독의 버스정류장이라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뮤직비디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가수의 뮤직비디오로써도 손색없을 정도로 좋은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 덕분에 버스정류장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까요.

솔찍히 보통 이런 영화에는 관객이 그닥 들지 않기 마련이죠. 아니나 다를까 제가 간 동네 모 영화관은 사람이 가장 많은 주말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더군요.

더 까놓고 얘기하자면 이 영화의 제목을 버스, 정류장 보다는 '비오는 버스 정류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영화 속에는 비가 무수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세상은 모두 비속으로 뒤덮여 있다 할 정도로 비만 내리는 영상이 영화 속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했지만 너무 많이 봐서 인지 마음조차 눅눅하며 짜증스러웠지요.

그리고 영화는 끝났지만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를 주고 있는 듯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뒤에 있는 여자관객이 "어 이제 시작 아니었냐?" 라고 말할 정도로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느리고 느린 영화입니다. 저번에 블랙 호크다운 영화를 봤을 때 기억나는 부분이 한 부분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비만 내리고 주인공들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거나 버스만 탄다던가 라는 장면은 장면마다 있어서 인지 그다지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 김태우가 김민정 앞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만이 이 영화에서 볼만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버스, 정류장'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욕먹을 짓인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제가 느낀 것이니까요. 그리고 또 한가지 이미연(B) 감독의 고정관념.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 이미연 감독에게 얘기하건대 대중 매체 하나 때문에 작가란 존재가 모두 '버스, 정류장'에 나오는 김태우 같은 이미지로만 치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아쉽네요. 물론 작가라는 존재가 워낙 그런 사람들이 많다보니 영화에서 김태우 같은 캐릭터로 밖에 나올 수 없는 건 이해하지만 왜 김태우가 작가 지망생으로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차라리 그냥 국어를 가르치는 권태로운 국어 선생님으로만 나와도 캐릭터는 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제 마음은 김태우가 김민정 앞에서 엉엉 서럽게 우는 마음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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