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이버 채팅

[접속]은 PC 통신과 채팅을 단순히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네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네티즌인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게이가 퀴어 영화를 보면서, 에이즈 환자가 [필라델피아]를 보면서 느끼는 동지애와 공감을 느껴내는 지도 모르겠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컴을 켜는 수현, 실제 둘의 목소리가 되어 들리기도 하는 대화, 채팅을 하면서 화도 내고, 미소도 짓고, 마치 실제로 그런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부끄러워도 하고, 행복해도 하는 모습들, 활자체만으로도 이미 내 안에 깊숙히 들어와 버린 전화선 건너편의 사람.

2.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깃털 부벼대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현은 동현을 한없이 기다린다. 동현은 그런 수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동현은 이전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의 안엔 다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 설혹 그 사랑이 잊혀졌다고 해도 말이다. 먼저 간 사람이 도려놓은 공간은 다른 사람의 입김만으로도 쓰라린 법이다. 그래서 타인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고 싶어도 되지 않는다. 정말 외로울 땐, 술친구나 섹스 파트너로 치부하면서 만날 수도 있지만, 남는 것은 공허함뿐. 동현은 그 긴 시간동안, 수현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던거다.

더이상 아픔을 겪어서는 안되는 그들이기에, 자신을 다독거리고, 수현의 아픔을 안아줄 넉넉함이 자신 안에 있는지,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지나간 연인의 기억을 잊고, 새 사람의 아픔을 안아주는 일, 그리고 지쳐있는 나를 추스리는 작업들. 실연후의 새로운 만남이란 언제나,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새 두마리의 깃털 부벼대기처럼, 서로에게 고맙고, 좋은 일이지만, 선뜻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3. [접속]에 뽀뽀하고 뺨 때리기

[접속]을 보고 좋았던 점을 몇 개 이야기 하려 한다. 우선 전도연의 연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분위기와 맞았던 것인지, 이 역에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목소리 연기에서도, 한석규가 밀릴 만큼 완벽했다.

이쁜 대사 역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술을 먹지 않고도 스튜디오에서 가끔 취할 때가 있어요] [오늘 아침, 지도를 보았어요. 당신이 가는 나라가 어디쯤에 있는지 찾아 보았죠] [제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표정이 있어요. 나를 보며 웃을 때죠. 언제가 그 사람이 친구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게 힘들어요] [언젠가 그랬죠? 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는걸 믿는다고, 이젠 그 말을 믿지 않을래요] [오늘, 당신을 만나서 이 음악을 함께 듣고 싶었어요]......

셋째는 이렇게 사운드가 선명한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사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3개월이나 잡았다는 post-production 기간 덕분인가? 어찌됐든 칭찬할 만 하다.

이젠 아쉬웠던 점도 말해야 겠다. 우선 전도연을 비롯한 여자 등장 인물들의 모습과 그 상징성의 왜곡이다. 영화 속의 수현은 언제나 기다리기 때문에 참사랑을 만나고 반면에 다른 여자들은 욕심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얻으려 한다는 이유로 불행해진다. 이건 전형적인 남성의 시각, "착한여자 콤플렉스"이다.

둘째, 조연들은 왜 그리 연기를 못해? [넘버3]가 주인공들 보다 조연의 연기가 훨씬 돋보였던 반면, [접속]은 전도연, 한석규를 제외하곤 너무들 연기를 못한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