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활용 능력을 볼 때 <일단뛰어>는 <공공의 적>을 닮았다. 그 만큼 <일단뛰어>는 코미디에 명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반 허리부분이 느슨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시종 관객들을 '진정' 웃기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뛰어>는 '일단 성공'이다.

무엇보다도 <일단뛰어>는 코믹의 코드들을 잘 일궈냈다.('산수'로 더 잘 알려진 도둑 역의 이문식의 상상 장면이 그 대표적 예다.) 또 웃음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잘 배치해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합격점이다. 역할이 모호하거나 지지부진해진 유진(임정은)을 제외하곤 성환(송승헌), 우섭(권상우), 진원(김영준), 지형(이범수)은 개성 강한 하모니를 이룬다. 특히 이범수는 처음으로 제법 진지한 연기를 소화해내고 있는데 보기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문식과 권상우의 애드립 같은 연기도 영화를 웃겨버리는데 크나큰 일조를 했다. 이문식은 <공공의 적>에서와 비슷한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다음 번에 한 번 더 울궈먹는다면 식상하겠지만 <일단뛰어>에선 반가운 모습을 많이 선물하고 있다. 권상우는 마치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이 보여준 것과 같은 애드립 연기(확인한 바 없지만)를 종종 보여주어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몸만 좋은 줄 알았는데 입담도 있더라.(개에 관한 논쟁은 잊을 수 없다.)

<일단뛰어>는 전체적으로 볼 때 코미디의 재능이 보이는 작품임에는 확실하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영화가 돈에 대한 애착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 근작인 <피도 눈물도 없이>도 그러했지만 마지막에 관객의 뒤통수에 강펀치를 날리지 못한다. 야구치 시노부가 만든 아이러브머니 영화, <비밀의 화원>과 <아드레날린 드라이브>와 같은 수작을 <일단뛰어>라는 감각 있는 코미디영화를 데뷔작으로 선보인 조의석 감독에게 기대해도 될는지. [★★☆]

※<일단 뛰어>가 부분적 차용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들
- 비밀의 화원, 트레인스포팅, 아메리칸 파이, 뉴논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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