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부천 영화제에서는 색다른 기획이 호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호러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던 ( 물론, 대부분의 호러팬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 트로마 프로덕션의 영화를 정식 상영작 프로그램에 편성해 넣었던 것이다.

트로마 프로덕션은 촌티 풀풀날리는 화면빨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상당한 수준의 고어씬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욕만 디지게 먹는 ) 전통적인 B급 무비 전문 프로덕션이다.

이번 부천에서는 직접 로이드 카우프만이 내한해 장난기 가득어린 얼굴로 직접 부천을 찾은 관객들과 얼굴을 부대끼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프로덕션의 영화를 홍보해 많은 사람들이 트로마의 이름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얘기할 '엽기영화공장' 역시 이번에 '시민톡시'와 함께 초청된 트로마의 1999년도 영화이다. 제목에 철지난 '엽기'라는 단어를 쓴게 조금 신경에 거슬리긴 하지만 영화자체는 트로마의 팬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영화는 이른 바 '셀프-리플렉시브영화 ( 자기반영영화 )'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자기반영영화란 감독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영화속에 녹여놓은 영화를 말한다. 영화현장을 다룬 이런 성격의 영화로는 톰 디칠로의 '망각의 삶'과 감독 미상의 한국 에로물 '동급생' 등이 있다. ( 두 작품 모두 상당한 재미를 지니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시길. )

어쨌든 '엽기영화공장'은 '망각의 삶'처럼 독립영화현장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에로면 에로, 호러면 호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트로마가 아무리 영화현장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싶다고 해도 그것만 말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것인가. 답은 분명 NO 다. 영화는 독립영화 ( 구체적으로는 트로마 자신의 영화 )를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을 관객들에게 얘기하면서 그 안에 스릴러의 구조를 집어넣고 있다.

트로마를 말하는 것임이 분명한 영화 ( 톡식 어벤저이다 )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영화는 '웃고 즐기는' 영화를 만드는 트로마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로이드 카우프만이 직접 열연 ( 정말 열연이다. 카우프만의 장난끼 넘치는 얼굴을 보면 어째서 트로마의 영화들은 한결같이 '그 모양' 인지 눈치챌 수 있게 된다. ) 한 영화감독은 장님(!)이다.

이것은 어려운 결단을 계속적으로 내려야만 하는 독립영화감독의 알 수없는 미래를 표현하는것이라고 말하면 트로마의 영화가 아니라 무슨 예술영화겠지.

물론, 충분히 그런 뜻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속에서 감독이 장님이라는 설정은 관객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소재로 최적의 조건으로써만 기능한다. ( 특히나 가짜성기-무슨 물풍선인지 콘돔인지...이거 시민톡시에서두 나오든디...흑흑 가부끼맨 보구잡다... -를 장님인 카우프만이 손에 쥐고 사람들에게 오줌을 뿌려대는 화장실에서의 시퀀스는 카우프만의 능청스런 연기에 힘입어 쓰거이의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

그 외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화장실 유머등은 이런식의 유머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패럴리 형제 이상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런 유머외에도 영화는 고어씬에서의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트로마의 영화답게 고어팬들을 만족할만한 장면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특히나 뚱보 스텝이 에스컬레이터에 빨려들어가 아작이 나는 장면은 효과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있으며 이 외에도 싸이코 살인마의 살인이 주된 스토리라인인 이 영화에서는 훌륭한 고어씬들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칭찬들은 트로마의 팬들에게는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불쾌감을 선사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화장실 유머의 수준은 정말로 똥오줌 못가리는 극단적인 수준을 달리고 있어 관객에게 '똥을 씹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고, 이런 유머야 유머로써만 받아들여 줄 수 있다고 쳐도 탁군의 경우 마지막 장면에서 살인마의 성기 ( 여성성기,남성성기 모두....--;; ) 가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는 결국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역시, 이 영화 '엽기영화공장'도 다른 트로마의 영화들처럼 취향을 엄청나게 탈만한 영화이다. 하지만, 웃고 즐기는 유희정신을 사랑하는 트로마의 팬에게는 절대 강추의 명작이다.

p.s. 영화에서 '사우스 파크'의 감독 '트레이 파커'가 Hermaphrodite 란 캐릭터로 등장한다..탁군은 누군지 몰겠는뎅...함 찾아보구 알려주시길...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