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유쾌한씨가 군제대를 한지 벌써 1년이다. 물론 그가 갔다온 군대가 군대야하고 반문하겠냐만은 나름대로 힘들게(?) 군생활했다고 한다. 유쾌한씨는 방공부대 출신이다. 사람들은 방공하면 반공으로 잘못들어 反共으로 알아듯지만 그게 아니라 비행기 잡는 부대다. 요놈에 부대에 들어가면 비행기란 비행기를 다 외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유쾌한씨가 비행기를 보는 눈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블랙 호크 다운"이란 영화가 떡하니 나온거 아닌가. "블랙호크 Black Hawk"란 UH-60이란 헬기의 나토명이다,(여러분 나토가 뭔지 다 알죠. 그거 있잖아요. 북대서양조약기구인가 - NATO - 하하) 이 헬기에 대한 얘기는 각설하고 한마디만 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별 세 개짜리 양반들이 이 녀석을 탄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또 다른 헬기 하나 500MD. 일명 똥파리라고 부르는 녀석인데, "엥" 하고 나는 소리도 그러커니와 생김새가 딱 똥파리다. 요 녀석은 별 한 개짜리 양반들이 타신다. 그렇다고 이 녀석들이 VIP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공격용 및 수송용 헬기로서 주요한 임무를 맡는다.

이런 아련한 기억 때문에 유쾌한씨는 "로스트 메모리즈"와 " "블랙 호크 다운"의 갈림길에서 "블랙 호크 다운"을 선택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유쾌한씨는 이러한 결정에 후회를 하지 않았다. 런닝 타임이 143분이라는 무려 7분이나 더 긴 이유도 있었지만 그만한 시간을 스토리 없이 이끌었다는 것에 대단했다. ( 물론 조금은 지루하다. ) 이 영화를 철저한 리얼리즘이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하겠지만, 리틀리 스콧은 나름대로 노력한 것 같다. 물론 미국 우월주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의 참혹성, 인간의 고뇌를 심도있게 담아내는 작품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말하려는 바로 어정쩡하지만 이런 영화가 있으면 저런 영화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이 영화 역시 미국의 우월주의를 보여주며 소말리아 대량학살에 대한 변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저 보여주는 영화라고 해도 주인공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게 다큐멘타리도 아니구. 주인공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없다구 해도 말이다.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전도시켜 소말리아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거의 비슷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전쟁씬만 연신 보여주는 이 영화가 소말리아인이 주인공이 된다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노근리 사건이 화두다. 영국 BBC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탓에 우리쪽에 유리하다. 그래서 인지 "미국은 학살자"라는 인식과 이 영화가 매치되어 이 영화도 그리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정말 그럴까. BBC에서 노곡리 사건을 보도하기 얼마 전, 노곡리 사건 당시 사격을 했던 미국인 병사에게서 희생자들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 편지에는 군대라는 조직안에서 명령을 이행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병사의 고뇌가 있다. 전쟁 중에서 항명은 바로 사살이니까. 전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블랙 호크 다운"은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전쟁에 나간 병사들은 왜 자신이 전쟁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그들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군인이기 때문이다. 슬픈 현실이다.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는 국가를 해탈한 한 개인으로서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이 영화의 진실성을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쾌한씨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에게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아주 어려운 문제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추상적인 국가에 대한 맹신을 한다. 한국인은 특히 더 그렇다. 왜? 서구의 국가 개념은 중세 이후에서 부터야 나타나지만 단일민족이었던 우리는 수천년 국가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고대 국가를 대변하는 신화가 현대에 까지 살아 숨쉰다. 서양은 신화체계의 변화를 겪었지만 말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국가라는 추상적 존재의 신화로 바뀐 것이다. ) 이렇게 쓰고 나니 갑자기 무서워 진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