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씨는 개강 첫날부터 정신이 없다. 군대도 갔다왔고 이제 정신도 차려야 하니, 수업 하나 변변히 이루어지지 않는 첫주라 하여 그냥 빠질 수는 없지 않는가. 이래서 경기도민인 유쾌한씨는 서울특별시민을 꿈꾸기도 한다. 학교까지 넉넉잡아 2시간을 가야하니 어찌 않그러겠는가. 유쾌한씨는 학교로 향하기 앞서 아침부터 약속이 있다. 개강해서 올라온 친구녀석이 영화 한편을 보자하니 안 갈 수도 없구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동양 최대의 영화관이라 불리는 M극장에서 친구녀석과 상봉하고 난 후 그가 내민 것은 오션스 일레븐 티켓 2장. 개인적으로 알리를 보고 싶었지만 그 미련은 한군데 밀어놓고 의자에 걸터 앉았다. 공짜만 아니라면 알리를 볼려만..

오션스 일레븐은 아주 평범한 영화다. 눈길을 끌만한게 있다면 화려한 배우들과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유명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감독, 연기, 촬영, 각본 등을 두루하니 두말 할 나위없다. 뭐 다재다능하다 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만은 아니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정도면 성공한 사람아닌가. 이 사람의 다재다능성은 그의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으면서이다. 뭐랄까. 조금은 독특한 작품을 가지고 데뷔한 그가, 데뷔할 당시 지금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를 만들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을 것이다. 뭐 이후 "리틀 킹"을 만들없으니 특이할거는 없을테지만... 그가 만든 작품을 죽 열거 해보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카프카, 리틀킹, 조지 클루니의 표적, 라이미,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 죽 보면 스티븐 소더버그는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하는 것이 다분히 보인다. 물론 그러한 그의 욕망은 성공을 거두없구. 감독 뿐만 아니라, 각본, 연기, 촬영에도 관심을 가지며 참여하기도 ? 왜? 사람이 외길로만 가면 심심하니까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나쁠건 없지. 유쾌한씨도 머리를 굴린다. 나도 이렇게 한번 살아볼까 하하. 스티븐 소더버그는 마음 속에 폭발적인 욕구를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것을 과시하고 싶어진다. 리틀킹, 조지 클루니의 표적같은 상업 영화를 만든 후 그는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번에는 왜 오션스 일레븐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그 자신으 과시욕에서 나오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싶은건지도.. "이렇게 적은 돈으로 이만한 배우 데리고 영화 찍을 수 있는 사람있으면 나와봐. 아마 없을걸.."


"오션스 일레븐"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자기 과시이지만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오션스 일레븐은 관객에 대한 서비스적인 영화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명의 스타들을 구경할 수 있는 영화,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앞으로 이런 식의 영화가 또 나오기도 힘들거니와 나온다면 관객들은 또 찾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조차 "오션스 일레븐"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니 유쾌한씨의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을 본 사람들은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재밌다는 소문이 퍼지기 전에 헐리우드 영화들은 물을 먹었다. 그런데 "오션스 일레븐"은 개봉한 주에 "피도 눈물도 없이"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한국 관객들은 왜 "오션스 일레븐"을 봤을까. 스타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감독의 서비스를 웬만해선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션스 일레븐"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듯 싶다.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들테니까. 돈도 돈이지만 배우 선택의 폭도 없다. 한국의 스타 영화배우들을 다 갖다 놔야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디 11명 채우기가 그리 쉬운가. 그런데 모아 놓고 보면 그게 어디 어울려야지. 그러니 실패다. 유쾌한씨는 다른쪽으로 생각해 본다. 한국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우리나라의 중년 배우들을 모아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 신구, 백일섭, 김영인, 박찬기, 노주현"를 주욱 늘여 놓으면 어떨까.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