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던가? 그 녀석은 반장, 나는 부반장이었다. 그 녀석은 전교 5위 안에 드는 일산중학교의 '천재'였고 축구 대표선수였다. 그런 그가 몇 년 후, 미쳤다는 소식을 내 불알친구 K가 들려주었을 때, 나는 잠시 휘청거렸던 것 같다. 녀석은 조용한 수업 중간에 갑자기 총싸움을 한다고 혼자 돌아다녔고, 영어로 말했으며,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단다.

<뷰티풀 마인드>를 보며 그 녀석 생각이 났다. 태어나 단 한 번 싸운 전력밖에 없는 나, 부반장에게 주먹질을 해,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만든 녀석. 그런 혈기왕성하고 수학도 1등이었던 녀석이, 속된말로 미친놈이 된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정상인, 아니면 정신분열환자를 만든다. 그 똑똑했던 친구는 공부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렸고 결국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것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쉬 또한 미쳤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의지의 힘을 부여잡고 자기가 '미친 것을 인정'했다. 인정하고 이겨내고 노력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으며, 그것으로 인류 복지에 기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인의 귀감이 될 수 있었다.

<뷰티풀 마인드>는 이처럼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이겨낸 천재라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천재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흥미롭게 읽힌다. <샤인>과 <폴락> 같은 먼저의 천재영화들이 광기의 기인으로서, 혹은 인정받지 못하는 왕따로서의 비운의 천재로 그려졌다면 <뷰티풀 마인드>는 타자보다는 자기 내면으로 시선을 보다 옮겨와, 그 스스로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연민보다는 동질감으로 존 내쉬를 바라보게 되고 그가 승리할 때, 더 감동 받게 된다.

망나니인줄로만 알았더니, 러셀 크로우는 진중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얼굴은 제니퍼 코넬리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새침한 미소를 던졌던 그녀가 영영 그것으로 끝인가 싶었는데, 조금 늦었지만 30대 여인의 완숙미와 살아있는 연기력으로 돌아와, 존재증명을 한 것이다. 정말 반갑고 대환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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