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하는 두 편의 권투 영화가 있다.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과 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이다. 두 작품 다 걸출한 감독, 걸출한 주연 배우, 걸출한 실화를 소재로 한다는데 공동점이 있다. 또한 자국의 독특한 배경을 등에 엎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선 필자가 만난 영화는 <알리>이다.

단도직입하자면, 필자에겐 <알리>가 감흥 없는 영화로 다가왔다. 스스로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난 권투 선수 알리에 대해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알리는 그냥 파킨스씨 병이 걸린 늙은 전 세계 챔피언이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관람하는 것이 종종 영화의 재미를 빼앗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어떤 영화들은 너무 몰라서 제 맛을 못보고 허탈해 상영관을 나오게 하기도 한다. 필자는 <알리>라는 영화가 후자에 접근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 민국의 관객들에게는. 그래서 필자는 <알리>를 알리기 위해 몇자 끄적거리기로 결심했다.

1. 윌 스미스 알리기!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윌 스미스를 모를 리 없다. 당신도 안다고? 그럼 필자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윌 스미스의 데뷔작이 뭐야? 그럼 대답하겠지. 그것도 모르냐? <나쁜 녀석들>이지! 그럼 필자는 다시 말한다. 헛소리 말라구. 윌 스미스의 데뷔작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이다. 그 영화로 윌 스미스를 데뷔한다. 그것도 아주 순박한 모습으로 데뷔를 치룬다. 궁금하시다면, 비디오 샵으로 달려가 보는 것도 좋을 듯. 물론 그 전에는 잘나가는 래퍼라는 사실 정도는 아시겠지. 그는 딱 10년만에 순박한 청년에서 무서운 복서로 변신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먼저 보고, 알리는 본다면 정말 신선할 것이다. 윌 스미스와는 달리 <메이드 인 아메키카>에서 공연했던, 우피 골드버그의 연기는 여전히 그 때와 같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기 변신말고, 윌 스미스의 육체적인 변신도 많은 주목을 받았고, 홍보 꺼리로 등장했다. 과연 <알리>를 위해 윌 스미스는 얼마나 체중을 불리고, 운동을 했을까? 한 20kg는 늘렸겠지, 역시 대단한 배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올시다. 윌 스미스의 원래 체중은 90kg였다. 한마디로 원래 거구였다. 그리고 촬영 당시 103kg. 그러니 13kg를 늘린 것이다. 영화 속 이미지만 생각하고 그가 귀엽고 여린 배우였다고 생각하셨다면, 그것 오산!

2. 알리 알리기!

필자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현재 20대인 대부분의 관객들은 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바와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손, 발을 떠는 병이 걸린 전 챔피언이었을 뿐이다.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알리에 대한 향수가 있는 나이가 영화관을 찾을리 없구.

우선 알리는 놀라운 떠벌이였다. 지금은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못할지경이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업보 같다. 혹은 일생에 해야할 말의 양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게도 한다. 암튼 그는 펀치만큼 말빨도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리는 정말 매스컴과 그의 달변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입담은 상대를 제압하고, 관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압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같은 놀라운 권투 잠언(?)을 많이 남겼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입만 놀리는 선수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실제로 그가 무서운 연습벌레이면서 떠벌이였다는 것을 간과한 채, 영화가 그의 언변에 무게를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젊은 관객들의 경우, 말 많은 알리가 더욱 어색할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이 영화를 보고 오히려 프레이저나 포먼 같은 복서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 류의 인간이 진정한 복서라는 선입견이 머리 속에 박혀 있는 탓임이 틀림없다.

3. 미국 역사 알리기!

사실 이 부분은 필자가 알릴 능력이 없다. 단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된 미국의 1964년부터 1974년에 미국은 여전히 인종 문제가 화두였다는 것. 그리고 어찌된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알리의 말빨 덕인 듯. 알리는 인종, 인권 운동을 하는 운동 선수가 되었고,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것에 대한 디테일은 영화에 일일이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냥 알리와 포먼이 아프리카로 한판 붙으러 갔을 때, 둘다 흑인임에도 관중들은 알리만 응원하고, 그것은 이 영화 속에서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이다. 그것에 대해 고찰하고 싶다면, 책을 좀 보고 가시는 것도 좋을 듯. 적극적인 영화광이 되시길 원하신다면. 암튼 필자는 영화만 보고는 알리에 열광하는 아프리카 흑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4. 배우 알리기!

언뜻 보면 영화 <알리>는 주인공 윌 스미스를 통해 알리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알리> 속에는 주인공 윌 스미스 말고도 관심 가는 몇몇 배우들이 숨어있다. 우선, 알리의 백인 친구이자 권투 해설자인 하워드 코셀역의 존 보이트가 있다. 일단 극 중에 하워드는 다른 사람의 평과 시선과 상관없이 알리의 편이 되어 준다. 실제로도 하워드는 경기 해설을 하면서 알리의 본명인 카시우스 클레이라는 이름 대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소개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극단적인 알리의 지지로 많은 곤욕을 치뤘다고 한다. 암튼 하워드와 알리의 우정은 극중에서는 흑백의 우정으로 그리고 의미있는 우정으로 보여진다. 극 밖으로 나와 하워드 역을 한 존 보이트의 면면을 보아도 흥미롭다. 그는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다. <툼 레이더>를 통해 부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그가 잘나가던 젊었던 시절에 <챔프>라는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권투를 소재로한 영화를 두 번이나 찍기도 힘들지만, 한번은 선수로 한번은 해설자로 나오는 것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안젤로 던디, 알리의 코치 역시 재미있다. 이 사람은 실제 알리의 코치이기도 하고, 극 중에서도 알리의 코치로 나오고, 극 밖에서는 기술 고문의 임무를 수행했다. 정말 재미있던 것을 던디 왈, '내가 윌 스미스를 20대에 알았다면 그를 챔프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인물은 알리의 첫 번째 부인으로 나오는 손지 로이역의 제다 핀켓 스미스이다. 스미스… 그렇다. 그녀는 윌 스미스의 첫 번째 부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나와 떠나가다니. 정사를 나눌 때, 브래지어도 그냥 입은 채로. 아무튼 그녀 역시 나름대로 잘 나가는 배우란다. <매트릭스> 속편과 3편에도 나온다나.

<알리>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좀 알아야 재미있는 영화이다. 물론 필자의 허접 글을 통해 그 영화의 재미를 만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알리에 대해 공부하기 싫다면, 미국의 역사에 대한 숙고가 싫다면 몇 달 기다렸다가 <챔피언>을 보는 것이 나을 듯.

참, 적절한 타이밍에 영화가 개봉되었다. 정말 소문대로 혹은 보도대로 이 영화가 5년전에 기획되었다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은 이슬람과 미국의 대결 구도가 만연했을 때이고, 이슬람 권에 대해 관심이 상당히 커질 무렵이다. 이슬람권에 대한 달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알리는 이슬람 신봉자였다. 우연일테지만. 우연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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