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은 열혈 권투팬이셨다. 그 분은 아예 수업 전의 일정 시간을 권투사 연설시간으로 정해놓으셨는데,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영화관람에 있어서도 남들보다는 반갑게 '알리'를 맞이할 수 있었다.

프로권투시합 관람의 즐거움은 초반 다운이나 난타전보다는 15회까지 가는 장기전에 있다. 점점 지쳐가는 가운데 날리는 펀치의 둔중함과 땀방울, 부어오른 눈덩이, 관중들의 환호성 등은 권투경기에 대한 비난을 벗어던지며 스포츠로서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준다.

<알리>는 초반 다운이나 난타전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다. 영화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한 권투선수의 주먹이 아닌 정신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알리 자체보다는 피 튀기는 시합을 보러온 관객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되기도 한다.

마이클 만은 알리의 내면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충실히 반영하고 한다. 활동적인 권투선수를 다루고 있음에도 대사가 더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종교문제, 징집문제, 인권문제 등이 권투시합보다 더 많이 다뤄지는 것은 알리가 상대를 주먹으로 쓰러뜨린 단순 스포츠 영웅이 아닌 자기 자신과 국가, 종교, 인종과 맞서 싸운 철학 있는 영웅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영화로서 <알리>는 관대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영화에서 알리는 무수히 대상과 관계 맺고 있지만 그 대상에 대한 시선에는 애정이 적다. 한쪽 만이 아닌, 같이 아우름으로써 내면을 읽게 하고, 알리를 바라보게 했다면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 마이클 만은 알리 만을 알리려했다. [★★★☆]

※덧말: 국내 개봉 초기에 20~30분 잘린 삭제판이 상영되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복원된 원판이 상영되고 있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