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휴먼 네이쳐에 대한 프로이드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영화의 표피만 보자면, 마치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세명의 주인공 중 나단 브롱만 박사는 반자연적이고, 라일라와 퍼프는 친자연적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자연 내지는 야성을 소재로 하고 있고, 야성과 문명의 대비를 많이 보여 준다. 그리고 결국 두 명의 주인공(자연 친화적인 인물들)이 야성(자연이라는 말보다 적확한 것 같다)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관객들은 역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야, 내지는 비약하면 인간 본성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껍질에 관한 논의에 불과하지 않다. 결국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본능이다. 그리고 그 본능의 코어에는 성욕이 있다. 즉,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리비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캐릭터 별로 보면, 나단 브롱만 박사는 지구 평화 운운하고, 지적인 것 같지만, 결국은 라일라와 가브리엘 사이에서 방황하고 이들에 의하여 동선이 정해진다. 그가 개별적인 사고로 하는 일은 퍼프를 실험실에 데리고 온 것이 유일하다. 그의 동선과 판단은 철저히 주변 여자들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섹스와 연관된 여자들. 라일라 역시 그렇다. 처음 브롱만 박사를 만나기 전에 야성 때문에 괴로워 하지만, 결국 브롱만과 사랑에 빠지고 나서는 철저히 상대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후에 퍼프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표면적으로는 온 곳으로 간다는 의미가 있지만, 리비도에 의해 퍼프와 자연에 남아 있는다고 볼 수 도 있다. 퍼프는 야성인간 즉 본성에 충실한 인간이기에 당연히 성욕에 의해 움직인다. 조연 격인 가브리엘 역시 남자에 의해 동선이 정해진다. 그는 처음에 브롱만을 좋아해 안달하지만 종국에는 퍼프의 곁에 남게 된다.

결국 이 영화는 네명의 남녀 주인공의 애정 행각을 그린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참신한 이유는 소재와 배경을 기존의 것들과 완전히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즉 적절한 낯설게 하기로 관객의 눈을 끌고 있다는 얘기이다. 성욕에 관한 화두를 가지고 은유와 노골의 경계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는 역시 좋은 아니 독특한 시나리오 덕분이고, 완벽에 가까운 연기자들 덕에 시너지를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 이 영화가 딱 재미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새로운 이 영화는 새로운 포장으로 관객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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