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처녀의 이름은 분명히 코델리아....

마리와 폴의 가공의 대화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하루종일 거리를 우울하게 적시고 있다.
그것이 나 때문인지, 아니면 그 때문인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알면 또 뭐할 것인가?

(f)
아침부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지독히도 외롭게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창문에 서서 말을 걸어도 외마디 비명처럼 날카롭게 받아치고,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조용히 속삭여도 묵묵히 이불만을 걷어올릴 뿐이다. 거기서 솟아 나오는 그 남자의 발(정기).

(f)
내가 알던 그녀의 이름은 코델리아였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금의 나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
아니 아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아의 방주를 타지도 않았건만 나는 왜이리 그녀에게 자손의 번성함을 따분하게 역설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자신이 없던 건 아닌가 하는 심정도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지도...

(m)
대지에 깔려 있는 축축한 새벽 안개를 밟으며 도로를 달린다.
누군가 날 불러 세우고 키스를 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그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곳까지 달려 왔을까?
거기까지가 그를 사랑하는 나고, 망설이는 지금부터가 새로 시작하는 그녀다.

(f)
행복에 대한 미련한 고민.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을 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그녀가 바라는 방식이 아니다. 행복을 무엇으로 생각하느냐가 그녀의 중요한 테제다. 하지만 그건 그녀와 내가 함께 하는 생활의 마침표는 될 수 없다. 서로의 생각은 언제든지 일이십의 차이를 보일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우린 힘들게 동거를 꾸려가고 있다.

(m)
원색의 블라우스를 걸치든 레이스로 주름진 스타킹을 신든지 다 같은 나다. 창녀가 아니며 길거리의 요부 행사를 자처하는 젊은 아가씨도 아니다. 오직 나다. 그런 나에게 왜 항상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평범한 모습을 바라는 걸까? 사랑이라는 것은 멈춰지지 않는 천연의 샘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끊임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이름. 그것은 그대가 되어야 하지 않던가
왜 그걸 모를까요?

(f)
원론적인 삶의 경계가 우리는 너무도 달랐다. 그것이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부부사이라면 더하지 않겠던가 싶을 정도로...
우린 너무 뻔뻔했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어떠한 상처든 치유되지 않으면 곪기 마련인데 그것이 너무 커버렸다. 덜어내지도 못할 만큼 서로에게 아픔이 되기까지....
그러기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쳐버렸다. 아마도 모든 것이 내 팽개쳐 버려지지나 않을까 싶다. 나에게 너무도 익숙했던 그녀는 이제 다른 낯선 세상으로 오래된 습관처럼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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