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ry의 영화읽기 #1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과 그것들의 자리바꿈...

감독: 변혁
출연: 이정재, 심은하

<인터뷰>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고할 것을 요구하는 영화이다. 영화로부터 주어지는 이야기구조 속에는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여 들어가 있으며, 영화가 끝났을 때, 만일 영화를 제대로 보았다면, 관객의 진실과 거짓에 대한, 그리고 다큐멘타리와 픽션에 대한 믿음은 망가져 있어야만 한다. 적어도 감독이 의도한 바는 그러한 것이다.

영화의 나래티브 구조는, 따라서 감독이 의도한대로, 단선적으로도, 또한 복선적으로도 이해되어질 수 있다.

한 영화감독이 다큐멘타리 작업을 하다가 한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여인이 카메라 앞에서 드러내는 거짓된 표면과, 카메라가 드러내지 못하는 가려진 진실을 깨닫고, 결국은 카메라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아무런 매개물 없이 여인을 이해 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는 이야기 얼개는 <인터뷰>의 드러나는 의미이다. 그 속에서 심은하와 이정재는 지워지고, 영희와 은석만이 그 자리에 남는다.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영희와 은석을 심은하와 이정재로서 인식하는 혼란스런 사고를 지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희와 은석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통속적인 멜로영화의 cliche들의 모음집이 되어버리고, 관객은 비로소 다큐와 픽션의 구분을, 영화적 진실과 거짓의 의미를 질문하게 된다. 관객은 쉴새없이 픽션과 넌픽션을 구분하고자 하는 욕구속에서 헤매이게 되는데 그 결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실과 거짓의 잣대까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겉으로 드러나는 얼개를 간파하고 감독이 제시하는 심층을 파고들수록 보다 분명하고 명료하게 다가오는 것은 다시금 <인터뷰>의 표면적인 스토리라는 사실에 있다. 35미리의 육중한 카메라로 촬영된 영희와 은석의 모습에서 자꾸만 심은하와 이정재의 모습을 환기시키고, 그것이 거짓임을 자신에게 각인시키려 할 때, 관객은 이미 감독이 파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물론, 실명의 인물들과 창조된 인물들이 화면 속에서 공존하는 경계의 모호성은 이미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이어the player>에서 탐구되었던 것이다. 알트만은 변혁과 마찬가지로,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얼개로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탐구한다. 그러나, <인터뷰>는 알트만과는 달리 관객에게 정면 승부를 거는 대신에, 관객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에 자그나한 상처를 내고자 하며, 그것이 스스로 곪아서 고정관념자체를 먹어치우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거짓이라고 단정지었던 표면이 가지는 영화적 진실성을 인식하고는 혼란에 빠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관객은 <인터뷰>의 이야기구조 속에서 두 가지의 진실을 발견해야만 한다. 한가지는 영희가 드러내는 이야기가 거짓이며, 평범하고 소탈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타리적 맹신이 한낱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진실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속의 다큐멘타리로 드러나는 무용수와 자원봉사자 커플의 사랑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다. 이 때 영희의 인터뷰와 영화속 다큐멘타리는 모두 거짓과 진실을 공유한다. 그러한 진실의 교집합은 영희와 은석의 이야기와 평범한 사람들과의 실제 인터뷰사이에도 존재한다. 알트만이 <플레이어>의 시작을 씬넘버를 표시하는 슬래이드로 시작한 다음, 경탄할 만한 롱테이크로 관객을 영화적 리얼리즘에 대한 믿음으로 되돌려 보내는데 반해, 변혁은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과의 두뇌싸움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거장의 지적인 유희라면, <인터뷰>는 강한섭의 지적대로 엘리트 감독의 주지주의적 성찰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무용수와 자원봉사자에 대한 다큐적 화면이 거짓을 담고 있음을 인식할 때, 영화는 다시금 자신이 안고 있는 영화속 인터뷰의 진실성을 의심한다. 담배피우는 여자와의 키스에 대한 우스겟소리는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에 영희의 남자친구가 죽었듯이, 현실속에서 또한 통속적인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변혁 자신이 인터뷰했듯이 영화를 현실과 의도적으로 구분짓는 수많은 선입견들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계속해서 오버랩되는 제작회의의 수많은 영화에 대한 공식들은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것일뿐 영화의 표면을 이루는 진실성에 대한 틀은 될 수 없다. 따라서, <인터뷰>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에 다시금 영화적 진실성과 거짓의 문제를 포개놓는다. 영화는 표면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작업이다. 은석이 소중이 간직하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공간과 시간의 예술을 통해 그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진실을 찾고 있었다. 인물이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드러낼 때 진실은 거짓으로 둔갑하지만, 표면으로 존재하는 영화적 진실들은 그 자체로서 이미 완전한 진실이다. 무용수와 자원봉사자의 결혼식, 영희와 은석의 사랑, 이 모든 것들이 표면으로서 진실이며, 영화의 진실성은 거기까지이다. 영화가 끊임없이 거짓임을 의심받는 것은, 현실에서의 삶이 내포하고 있는 거짓에 대해 눈감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브레송이 스크린 위에 비치는 표면에 집착할 때 그것은, 내면에 대해 눈감은 것이 아니라, 표면이 곧 영화적 진실이 머무는 곳임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의 진실 또한 표면에 머물고 있을 따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짓으로 이루어진 영화적 표면은 삶의 진실이 드러나는 장소인 것이다. 그만큼 진실된 거짓은 영화 이외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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