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화제의 영화 #14

감독/이현승
주연/이정재, 전지현
제작/싸이더스
배급/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개봉/9월 9일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기억에 관한 영화이며 <중경삼림>은 시간에 관한 영화다.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키는 고리는 사랑이다. 사랑이 존재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바로 기억과 시간인 셈이다.

<시월애>는 사랑의 조건인 이 둘, 기억과 시간을 다룬다. 시간의 비선형성을 강조한 엇갈림, 즉 다른 시간대에 속한 남녀의 만남을 편지와 우체통이라는 매개를 이용해 그려낸다.

한 사람은 과거에 있고 또한 사람은 현재에 있는(영화를 보는 사람의 시점에서) 관계로 두 사람의 만남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람이 현재로 갈 수 밖에 없다. 과거에 존재한 사람이 현재로가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간이 경과했을 때에도 남아있는 기억이 있어야 가능하다. 2년의 시간 터울이 있는 경우 2000년 2월은 현재의 사람에게 바로 다음달 혹은 내일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사람에게는 2년이란 시간이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의 간극 속에 두 사람은 스쳐지나 가지만 한 사람은 모르고 한 사람은 아는 일방적인 통행이 시작된다. 기억은 시간의 결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까닭에 과거가 현재로 지속되는 한에서만 이둘은 서로를 알고 있는 관계 속에서 시작하게 된다.

<시월애>는 남자의 죽음을 계기로 이 둘이 현재가 아닌 다니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둘은 과거이지만 현재에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는 소품과 풍경에 치중, 두 사람의 사랑의 아픔을 세밀하게 그려내지는 못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의미를 지닌다. 과거와 현재의 비선형성은 물론 시간의 불연속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시월애>는 여기서 기억을 중요하게 두고 있진 않지만 결국 시간과 시간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기억에 의해 가능하다.

엔딩 장면에서 전지현이 이정재에게 편지늘 쓰는 그 부분부터, 이정재는 오프닝 장면처럼 편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전지현에게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을 전지현에게 얘기할 것이며, 그래서 둘은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이정재의 이러한 행위는 기억에 의해서 가능하며 그가 시간의 지속을 통해서 기억을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 현재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지나치게 예쁘게 포장된 멜로드라마지만 일상을 훑고 지나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는 사랑하는 그/그녀와 봐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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