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외할머니 생신이셨습니다. 어쩜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짜와 할머니 생신과 겹치다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우리 외할머니는 당당히 등장하여 외삼춘과 외손녀들의 노래솜씨와 재롱잔치를 한껏 받고는 술을 잡수시며 어른들과의 잡담을 시작하셨지요. 오늘따라 할머니의 표정에 웃음이 가실줄 몰랐습니다. 세상의 행복을 다 짊어 지신듯 할머니의 표정은 정말 행복한 사람같았습니다. 그리고 다 끝나고 정리 하는 부분에서도 피곤한 기색조차 없이 웃으시며 행복한 오로라를 품어 내셨습니다.

외할머니라면 어머니의 어머니죠. 사실 저는 아버지의 어머니보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답니다. 왜냐구요? 아버지의 어머니는 대부분 자기 아들을 더 이쁘게 생각하잖아요. 저는 딸이니까 이상하게도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가 더 친근하게 여기더라구요.
엄마의 엄마라는 생각에 품이 더 그립고 ㅋㅋㅋ

<집으로...>를 보았습니다. 이정향 감독이 왜 외할머니를 타켓으로 잡았을 까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 니까 결국 우리 엄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 = 외할머니) 그래서 더 친근감이 들고 엄마 냄세도 나고. 아빠에게서 엄마 냄새가 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ㅋㅋㅋ.

<집으로...>를 보면서 한달치 울 눈물을 다 싸버렸습니다, <A.I>를 본 이후로 이렇게 운 적은 처음이었지요. 'A.I'도 엄청나게 슬펐거든요. 그때 이후로 눈물 한방울 안 흘렸는데 이처럼 통곡소리 나게 울어본 적은 처음입니다. 오죽하면 옆에 사람이 손수건을 빌려 주었다니까요. ㅋㅋ

특히 외할머니 하니까 더 슬프더라고요. 우리 외할머니도 그 할머니와 생김새가 비슷하거든요. 물론 말을 하지만 모습이나 하는 행동이 어찌나 닮았는지 그날 따라 외할머니가 미치도록 보고 싶더군요.

말 못하는 외할머니,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쥐어 박을 정도로 밉상스러운 손자. 하지만 세상을 초월한 외할머니는 손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네요. 다만 말을 못 할 뿐이지. 하지만 손주가 다칠까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할머니들이 손주하면 엄청나게 끔찍하게 생각하잖아요.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그렇듯 그 할머니도 그런 마음이겠죠. 손주를 위한 손주에 의한... 그죠?

우리가 이런 영화에 많이 약한 것은 사랑과 정에 찡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탓도 있지만 이 영화 자체가 요즘 세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네 살기 바쁘기 때문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소홀히 하잖아요. 하지만 그 부모님들은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우리를 감싸주신다는 것을 말해주고자 하는 게 아닐까요? 이 영화 보고 엄마나 부모님한테 전화 하는 사람 많을 꺼에요. 애인하고 보면서 펑펑 울며 뽀뽀하진 않잖아요. ㅋㅋㅋ

저도 이 영화를 꼭 우리 외할머니와 다시 보고 싶네요. 시간 있을 때 꼭 봐야지.. (근데 이 영화가 전부 매진이라서 보기가 힘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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