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쉘위댄스?>의 명배우이자 <도쿄맑음>의 감독인, 다케나카 나오토 같은 영화인을 가질 수 없는 걸까? 이번 <몽중인>을 만든 이경영은 일단 그 주인이 아님이 확인됐다.

속도전의 작금영화에서 <몽중인>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선사하고자 한 이경영의 연출의도는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깊이 없는 '완(緩)'이 되었을 때, 스크린을 지켜보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 된다. 근작 <집으로...>의 반 만큼만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었더라도 이경영을 (좀 과하긴 하지만) 한국의 빌리 밥 손튼 쯤으로 견주어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몽중인>은 예전 80년대 멜로영화 같은 자세를 취한다. 한 사내가 겪는 아내와 딸의 연속적 잃음, 해바라기 사랑, 수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 설정 등 어떻게 보면 낯간지러운 것들이 어떠한 탁마의 흔적도 없이 앙상하게 마른 뼈대로 서 있다. <몽중인>은 착한 설정을 통해 아름다운 마음, 착한 세상을 구하지만 아쉽게도 관객들의 마음과 정신을 헹구어내지는 못한다.

관객의 이목을 끈 하희라의 연기는 TV연속극 [정 때문에] 이후 간만임에도 연기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80년대적 정서를 풍긴다. 만일 이번에 영화판에 진심으로 복귀할 맘이 있었다면, 작품 선택을 잘 했어야 했으나 그녀가 선보인 역할은 <백치 애인> <너에게로 또다시>와 같은 이전 청춘영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몽중인>에는 어떠한 새로움도, 신선함도 없다. 그저 반복학습만이 있을 뿐이다. 또 유려한 한자를 곁들인 무의미한 챕터 같은 장식에만 신경 쓸 뿐이다. 이럴 바에야 왜 굳이 영화를 만든 것일까?

이경영은 애초, 예전 <귀천도>와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무협장르는 꼭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몽중인' 시나리오와 오프닝씬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렇담 미완에 그친 <몽중인>은 그저 연출력 실험이었을가? 그 저의가 궁금하다.

<몽중인>을 그나마 끝까지 지켜보게 끔 한 것은 정인선(유메 역)의 연기였다. 더빙과 후시녹음이 거슬리긴 했지만 [은실이] 이후 간만에 보는 이 꼬마연기자는 매우 반가웠다. 한편, 전인권, 박완규, 김장훈, 윤다훈, 권해효, 김보성 등의 우정 혹은 특별출연이 동공과 웃음 구멍을 열게 만들었다. <몽중인>은 부가 주보다 반가운 영화, 혹은 엉터리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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