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화제의 영화 #1

감독: 츠카모토 신야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일본의 실험정신을 대표한다고 할만한 츠카모토 신야는 연출, 시나리오, 미술과 배급, 심지어는 포스터제작까지 도맡아 하는 감독이다. 늘 2세개 이상의 시나리오는 준비하는 감독은 이미지가 떠오르면 메모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평범한 이야기도 신야 감독을 거치면 기기묘묘하게 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스크린 나들이를 하는 <쌍생아>(4/22 개봉)는 제목 그대로 쌍둥이의 엇갈린 운명을 소재로 한다. 고대 신화나 민담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를 흥미진진하게 바꿔놓는 감독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추리소설이 원작인 까닭도 있지만 스릴러와 호러의 컨벤션을 적절히 차용, 무섭지만 궁금하고 오싹한 효과를 잘 살렸다.

신분차이가 극심했던 메이저 시대 말기. 의원 아들로 태어나 역시 유명한 의원이 된 유키오(모토키 마사히로)는 아름다운 링(료)을 만나 결혼한다. 청결을 미덕으로 삼고 불결함을 죄악으로 여기는 부모는 화재로 기억을 잃고 신분을 알 수 없는 링을 달가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링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유키오. 어느날 검은 그림자가 유키오를 우물에 빠뜨리고 유키오 행세를 한다. 그는 쌍둥이 형인 스테키치. 뱀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결한 존재로 간주되어 버려진 그는 태연히 유키오 행세를 하고 사랑하는 아내 링을 차지한다.

<쌍생아>에서 유키오와 스테키치는 처음에는 너무 다른 두사람이었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누가 유키오인지 스테키치인지조차 묘연해진다. 감독은 마치 인간본성에 담긴 서로다른 두 모습을 보는 것처럼 연출했다. 링의 양면성도 이것을 배가시키는 요소이다.

영화는 청결과 불결함을 대비시켜 지나치게 청결한 그래서 파시즘처럼 거대권력으로 떠오른 현대 일본사회를 은연중에 비판한다. 빈부의 격차, 가족와해, 세대갈등 등 다층적이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 그러나 세계무대에 오른 일본은 또 전혀 다른 얼굴이다. 감독은 아마도 이러한 일본의 지나친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쌍생아'는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논리로 태어난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를 이어 거듭되는 유전 법칙에서 벗어날 길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 답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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