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패밀리>는 세 편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이러한 형식은 오래 전에는 한 감독이 세가지 에피소드를 연출해 묶은 <한>(1967년. 유현목)과 세 감독이 각기 에피소드를 맡은 <여, 여, 여>(1968년. 김기영(A), 정진우, 유현목)가 있었고 근래 들어선 비디오용 영화 <공포특급>(1994년. 강제규, 김희철),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년. 강우석, 김유진, 박종원, 장길수, 장현수, 정지영, 박철수), 인터넷 영화 <아미그달라>(2002년. 이현승, 김의석, 최호(A))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영화는 <공포특급>을 제외하곤 대개 현역 감독들이 뜻을 같이해 만든 작품임에 반해, <묻지마 패밀리>는 신인감독들이 일군 작품이라는 데서 조금 차이가 있다.

옴니버스 영화의 장점은 역시 홍보문구처럼 '골라먹는 재미'에 있고 개별 에피소드 각각의 응축된 힘, 그리고 하나의 구심점을 두고 셋이 어우러진 데서 오는 변주의 맛에 있다. 그러나 그간 이런 별미는 애석하게도 국내에선 맛보기 힘들었고 먼 이국의 <뉴욕 스토리>(마틴 스콜세즈, 우디 앨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에서나 대신 가능했다.(<공포특급>과 <아미그달라>는 관객과의 소통 루트 혹은 완성도가 부족했다. <한>과 <여, 여, 여>는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으나 시장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패밀리>를 보고서야 드디어 한국에서도 상업적 잠재력을 갖춘 부끄럽지 않은 옴니버스 영화가 탄생되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단순히 단편 셋을 엮은 것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라는 구심점을 두고 개성 강한 세 편이 기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내 나이키>는 세 편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인다. 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이 영화는 나이키라는 신발에 얽힌 80년대 추억을 이야기한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그리게 만드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세공되어 전편에 그리움으로 묻어나 있다.

<사방에적>은 기존의 <포룸> 등에서 익히 보아온 에피소드와 스타일로 인해, 그다지 신선감은 없었지만 고속촬영 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슬로우모션으로 연기한 촬영술에서 재미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다른 스타일의 <교회 누나>는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편의 깊이 있는 멜로드라마를 선보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한 화면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러한 소소한 일상을 잘 캐치해 내었다.

세 편은 공통적으로 관객을 웃기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고 이 점에선 일단 성공했다.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웃음이 그걸 설명해준다. 이처럼 각 話가 저 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코미디를 녹여 넣은 데는 아무래도 총 제작자인 장진의 손길이 보인다. 장진(A)은 필름있수다의 식구들을 그동안 화목하게 잘 이끌고 온 것으로 보인다. 신하균, 류승범 등이 당시 촬영중이던 타영화(복수는 나의 것, 피도 눈물도 없이)의 외양대로 출연한 것이 옥의티보다는 우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애는 마지막에 필름있수다의 식구들이 모두 나와 댄스를 추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 관객에겐 웃음과 감동을 연출자에겐 연출력을 펼칠 기회의 장을 제공해준 기회가 된 <묻지마 패밀리>는 앞으로 다른 제작자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싸이더스 식구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길. 전지현, 설경구, 신민아, 조인성, 장혁(A) 등이 한데 나오는 영화 정말 멋지지 않을까? [각 에피소드 공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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