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의 원맨쇼 추가

김상진 감독의 떼거지, 집단 ‘마당놀이’ 코미디의 무대가 이번엔 교도소로 옮겨졌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의 주유소, <신라의 달밤>에서의 경주에 이어 <광복절특사>에서는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과 수감자의 집단 대결구도가 펼쳐지며 한바탕 떼거지 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전작들이 할당된 장소에서의 ‘집단’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광복절특사>는 두 탈옥수 차승원과 설경구의 ‘투맨쇼’ 성격이 짙다. 아니, 어쩌면 차승원의 원맨쇼 일지도.

6년간의 ‘한 우물 파기’ 끝에, 그리고 순전히 ‘충동적으로’ 교도소를 빠져나온 두 탈옥수는 바로 다음날 광복절특별사면 대상에 자신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교도소로 가는 길은 죽을힘을 다해 탈옥하던 때 보다 더 힘들어진다. 이 두 명의 탈옥수가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쫓고 있는 <광복절 특사>는 차승원과 설경구, 두 주인공의 아낌없이 몸 날리고 목 터져라 악쓰는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막가파 코미디다.

온갖 고생을 하며 탈출에 성공한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탈옥수는 교도소의 보완과장에게 ‘왜 사면 소식을 미리 말 안 해서 탈옥하게 만들었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탈옥을 알아차리지 못한 보완과장은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긴 터라 탈옥수에게 쩔쩔매며 다시 돌아오라고 애원한다. 또,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들의 앞길에 웃기지도 않는 태클이 걸려와 아슬아슬, 속 터지게 상황을 잡고 늘려 버린다. 한편 교도소 내에서는 수감자와 교도관, 정치인들이 한 대 뒤엉켜 서로 으르렁대며 허무한 코미디를 연발하고 마지막으로 두 탈옥수는 엉뚱한 ‘영웅’으로 돌변해 버린다.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 그러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좌충우돌 시련기는 분명 재미있는 설정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주객전도 현상의 반복과 억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련의 설정들은 점점 기운을 쭉쭉 빠지게 만들며, 두 배우의 두 눈 충혈 되고 목과 이마에 핏줄 서는 왕오버 연기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그나마 재미를 주는 부분은 두 주인공의 열 올리는 코믹연기인데, 무지하게 오버하고는 있지만 일단 차승원이라는 배우는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감을 잡은 듯 보인다. <광복절특사>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목적 없고 집도 절도 없이 단순무식하여 오직 교도소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인간 ‘무석’역의 차승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신라의 달밤>에 이어 ‘쌈마이 코미디’라 불리는 김상진식 코미디 주인공에 ‘딱’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재필’역의 설경구는 웃긴 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어울리지 않는다. 차승원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설경구라는 배우의 깊이가 재필이라는 가벼운 캐릭터를 맡기엔 약간 넘치지 않는 것인가 생각된다. 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악쓰느라, 땅굴 속 헤집고 나오느라,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고생했을 두 배우의 노고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다보면 지나치고 과장되기 마련이다. <광복절특사>는 정치인에 대한 풍자, 교도소의 열악한 현실 등의 문제를 살짝 꼬집고는 있으나, 무조건 웃기려고만 드는 수많은 설정과 상황들은 실 컷 웃고 난 후 머리 속에서 하얗게 지워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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