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장동건을 위한 변명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예고편를 보고..

올해(2003년) 말부터 시작된 우리 근현대사의 재조명에 불씨를 당기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제작 강제규필름)의 극장 예고편과 동영상 예고편이 공개됐다. 60년대 군부 정권을 배경으로 제작 중인 <효자동 이발사>, 현재 절찬리에 상영중인 <실미도> 등과 함께 우리 근현대사를 재조명한 작품으로 분류할만 하다.

영화는 기존 다른 창작물과 달리 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시간을 초월해 과거, 미래를 넘나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픈 과거가 있으면 재조명되어야 하고 불안한 미래가 있으면 이를 통해 경고하는 것이 영화가 지닌 또 하나의 기능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영화계에서 불고 있는 근현대사의 재조명은 흥행 여부를 떠나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한석규의 활약이 멈칫하는 사이에 어느덧 국민배우로 다가선 장동건이 비극의 역사 속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장동건의 출연 작품을 보면 전국관객 800만 명 이상이 본 <친구>(2001)를 제외하고는 관객들의 코드와 잘 와닿지 않는다. 가장 최악으로 평가되는 <패자부활전>을 비롯, 조연으로 열연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굳이 꼽지 않아도 그의 영화 선택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2000년 이후로 선택한 영화 <아나키스트>(2000), <2009 로스트메모리즈>(2001), <해안선>(2002) 그리고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와 동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는 개인적 친분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강상병이 보여준 강인한 눈빛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된다.

<해안선>에 이어 군복을 입은 그가 또 한번 모험을 걸었다. 영화 <쉬리>로 명성을 얻은 제작자 강제규가 메가폰을 잡은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동생 진석(원빈 분)이 전쟁에 말리지 않길 바라는 형 진태 역이다. 50년대 힘든 생활 속에도 약혼녀 영신(이은주 분)과 결혼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생의 진학을 위해 일하는 가장 진태는 한국 동란이 생기자 걷잡을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리며 우리에게 50년 전 비극적 현실로 초대한다.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개봉관 및 인터넷 포털에 동시 공개된 예고편과 오래 전 공개된 티저 포스터를 본다면 흡사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가 연상된다. 이는 올해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괴담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역사의식과 함께 강 감독이 강조한 스펙터클에 지나치게 치중하게 된다면 자칫 영화 내용 전개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는..

지난 해 한국 영화계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블록버스터의 공통점은 영상은 좋았는데 스토리가 빈약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화 시리즈물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영화관객들은 이들 영화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고 초라한 성적을 감수해야만 했다.

극장 및 동영상 예고편에 나타난 영화는 감독에게 한가지 바램을 만든다. 자주 반복되는 두 형제의 클로즈업 영상이 이 영화가 두 형제의 이야기가 촛점인지 아니면 두 형제를 통해 본 우리 민족사의 아픔인지 확실히 나타나지 않는 느낌이다.

끝으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개봉 전까지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코드에 다가갈 수 있는 강제규 감독이 되길 바래본다. 그런 소박한 바램이 이루어진다면 영화배우 장동건은 비로소 안성기, 한석규에 이은 국민배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시사회 하지 않은 개봉 예정작은 점수를 매길 수 없습니다, 등록이 안되서 편의상 등록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