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피로 범벅을 하는 공포 영화는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이 영화, 피 대신 물이 화면 속에 넘쳐난다.

첫 장면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붓더니 실내로 들어와도 비가 새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침대가 물로 흠뻑 젖고 방이 물에 잠기고, 심지어 물탱크에서도 물이 밖으로 줄줄 흘러 내리다가 급기야 엘리베이터는 홍수가 난 듯이 울컥 울컥 엄청난 양의 물을 토해내기에 이른다.

피를 보게 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물은 그렇지가 않다. 물은 그저 본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물을 통해서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이중 삼중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한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물이 끝내는 바위에 구멍을 내고 만다.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오는 물이 어느 순간 거대한 둑을 무너뜨린다. 막아도 막아도 아주 작은 틈만 있으면 물은 언제든지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물은 집요하다. 끈덕지다. 지긋지긋하다. 마치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오는 가방처럼, 뿌리치려고 뿌리치려고 해도 떠나지 않는 나쁜 기억처럼, 병적이다. 신경증적이다.

<검은 물 밑에서>는 마치 저 멀리서 천천히 물이 다가오더니 어느새 내 발목을 적시고 있고, 또 어느새 결국 목까지 차올라 나를 위협하고 있는 물의 공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 외에 영화가 많은 부분 비어있다는 것은 끝내 결점이 될 듯하다. 여자 주인공이 과거에 정신병이 있었다는 이야기, 현재에 그녀가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 또 놀다가 물탱크에 빠져죽은 여자 아이에 관한 이야기 등은 충분히 관객의 흥미도 끌 수 있고 영화를 풍성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이것들을 잘 엮어내지 못하고 (혹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듬성듬성 많은 부분을 어색하게 비워두고 만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 감독의 전작 <링>에 비해 강렬함도 덜하고 드라마도 부족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서서히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물의 공포만은 충분히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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