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져다 준 배를 먹으며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라디오(광고)에서 배두나가 철딱서니 없는 소리로 징징댄다.

"그러게 내가 결혼 안 한다고 그랬잖아~!!!"

이 초보아줌마 어떡할 꺼야. 우량아를 업고선 대충 파마로 밤의 유흥가를 내달리는 여자. "내 남편 내 놔~" 하고 악 쓰는 여자. <굳세어라 금순아>는 아줌마계로 갓 들어선 금순이의 겁없는 '용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 왁스가 얘기한 아줌마의 애환과 유흥가의 밤세계를 흥미롭게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재는 '정말' 좋았지만 맛보이기에 머무른 아쉬움이 있다. 감독은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 그 중에서도 밤의 시간에 이야기를 몰아넣고는 위험한 연출 모험을 하고 있는데 프린트 건 영화엔 그리 밀도감이 있지 않다. 비견한 선배작, [애프터 아워/After Hours(일과 후)](마틴 스콜세지)의 경우는 제목 그대로 퇴근 후부터 출근하기까지의 시간동안 벌어지는 미스터리 이야기를 매우 밀도 있고 긴박감 있게 그려낸 바 있다. 이 작품에선 산업사회에서 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는 셀러리맨에 대한 은근한 블랙코미디적 시선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굳세어라 금순아>에는 밤 문화와 아줌마의 용기에 대한 밋밋한 사회적 시선만이 겨우 녹아있을 뿐이다. 이것은 흥행에 대한 염려로 괜히 조폭을 결부시킨 때문이다. 그들이 또 등장해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조폭을 단세포적인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은 안이함이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그나마 배두나라는 연기자가 있어 <굳세어라 금순아>는 굳세어 보일 수 있었다. 거의 매장면에 등장하는 그녀의 파워는 <파워퍼프 걸>의 소녀들과 맞장뜰만 하다. 어찌나 철딱서니가 없던지. 에그, 귀여운 배두나. [★★]

※덧붙이기

1. 김태우가 무대인사를 왔다. 극장 밖엘 나갔다가 그는 불이 꺼진 후 몰래 다시 들어와, 맨 뒷좌석에 앉아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반응을 살폈는데, 그의 옆옆 자리에선 내가 그의 반응을 살폈다.

2. <굳세어라 금순아> 홈페이지 주소가 재미있다. http://www.9ssengir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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