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다. 영화가 너무나 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돈에 초연한 듯한 감독의 연출력 앞에서 놀라움, 더러는 두려운 마음 감출 길이 없었다.

감독과 스탭 그리고 제작자를 비롯한 이 영화에 출연한 모든 연기자들 참 바보 같다. 어찌 그리 물욕과 명예욕이 없을까? <인샬라> 쫄딱 망하고서도 오랜만의 차기작을 이렇게 착한영화로 만든 이민용 감독 바보다. 인기 교수직 자리 잠시 비워두고 시골 가서 생고생한 장미희 바보고, 짭짤한 수익이 보장될 다른 조연자리 두고 보리울에 달려온 박영규 바보다. 또 화려하게 데뷔시켜줄 시나리오 재껴두고 화장기도 없는 수녀 역을 한 신애(A)도 바보다. 그 중에서도 바보의 왕은 차인표다. 그는 가만히 보면 작품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자초하는 것 같다(여기서 실패란 흥행실패를 말한다). 그는 사람 정에 너무 약한 것 같다. 육상효 감독과의 <아이언 팜>이나 이번 <보리울의 여름> 출연을 보면 인정에 약한 차인표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다(다음부턴 제발 돈 많이 벌어들일 영화에 출연해 폼 좀 잡고 신애라 씨도 호강시켜 달라. 물론 지금 호강 못 시켜준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어찌됐거나 착한 차인표가 자유분방한(?) 신부로 등장하는 <보리울의 여름>은 무공해 영화이다. 보리울 마을에 종교문제, 지역 갈등, 고정관념 등 현대 인간사의 고질적 문제를 축소시켜 배치해두고 영화는 전지구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축구 시합으로 갈등을 화해와 해소로 이끄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소 계몽적인 목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 진심은 읽을 수 있기에 기꺼이 귀담아 듣고싶어진다. 또 시골 자연의 욕심 없음 앞에서 내면의 황사가 걷히는 느낌이다.

한 숨 많아진 이 땅에 이처럼 청량한 공기를 보내준 이민용 감독께 감사드린다. 연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장미희 씨도 고맙다. 드라마를 보며 수녀가 아닌 평범한 여자로서의 모습 드러낼 때 많이 귀여웠다. 과장을 뺀 삶의 진솔함에 유머를 바른 박영규 씨도 고맙고, 철없는 수녀 역을 맡아 친근함을 더해준 신애 씨 기대한 만큼 향기로웠다.(이런 여자 정말 사랑스럽다. 수녀만 아니었다면, 오르지 못할 스타만 아니었다면…) 늘 성실한 모습 보이는 차인표 씨 두말할 것 없이 감사하다. 기타 이 영화에 출연해주신 장항선, 최주봉, 윤문식, 김진태 중견 연기자들 그리고 이름모를 어린 연기자들 고맙고 수고했다. 뭐 마치 수상소감을 대신하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는데, 영화 보면서 다친 마음을 많이 치유 받았기에 어떻게든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무공해 음식에 목숨 거는 현대인들의 유난떠는 손이 부디 이 무공해 영화에까지 미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전국의 교사들은 당장 이 영화를 단체관람영화로 선정,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를 챙겨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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