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한 남자, 그리고 두 여자의 삼각관계-

12월 7일 개봉예정인 철파태(영화이름이 너무 긴 나머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줄여서 부름)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함부로 상상해서는 않되는 영화다. 한 마디로 말해서 예상 밖의 스토리 구조와 상황설정, 인물의 성격 등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내용을 안고 있다. 찬바람이 몹시 부는 11월 26일 4시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중앙시네마의 언론시사회장은 '철파태'라는 줄임 말에서 느껴지는 강한 이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용이 안고 있는 충격적인 의사전달이 또 한번 이무영 감독의 작가세계관을 놀라게 할 여지가 남아 있다.

금숙과 은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다. 금숙은 태권도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태권소녀다. 은희는 약간의 공주병을 안고 있는 황당한 사고방식과 극도의 사치성이 결합된 여자! 거기에 금숙이 은희 때문에 교도소에 들어간 사이 병이 든 아이 때문에 고생하는 은희 곁에 인기 코미디언 오두찬이 나타나면서 이들 셋 사이는 미묘한 감정대립으로 가지각색의 해프닝이 생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권소녀 역을 맡은 공효진은 어쩌면 가장 제격인 역을 맡은 것 같다. 당당하면서도 보이스한 이미지는 약한 동성의 여자친구를 지키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 같다. 차기작인 류승범과 함께 열연한 '품행제로'에서 그의 또 다른 연기변신을 기대한다. 철없는 아내 역을 맡은 조은지는 2000년 겨울 '눈물'에서 열연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이름 석자는 다음작품인 '아프리카'와 '후아유'에서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쩌면 이번 역을 통해서 그녀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개성강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열연한 나머지 공효진의 자리보다도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파란만장한 남편 역인 최광일은 신인배우로 착각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연극 '에쿠우스'로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연기파이다.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도 출연했지만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는 아마도 이 작품이 될 것이다. 배우 최광일의 연기모습을 보면서 시종일관 다른 어떤 배우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무영 감독의 전작인 '휴머니스트'에도 출연한 배우 안석환의 이미지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홍콩영화배우 주성치의 이미지도 동시에 느껴졌다. 배우의 마스크가 비슷한 이미지도 있겠으나 분명 개성 있는 연기가 첫 번째로 눈에 뛰는 이유일 것이다.

감독 이무영은 명함이 여러 장이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대중문화평론가, MC, 리포터 등 그를 호칭하는 직업은 여러 가지다. 한마디로 만능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영화 '휴머니스트' 이후 두 번째로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그 만의 독특한 작가세계관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에로 배우 은빛이 담임선생과 창녀로 나오는 1인 다 역의 조연급 엑스트라 연기를 찾아보는 재미도 이 영화의 재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영화 '철파태'는 컬트 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서기 2030년을 시점으로 이야기 속에 과거 이야기구조인 액자구성을 취하면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에 대한 추리방식을 사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지루함을 떨쳐 버리게 한다. 레즈비언이야기를 중반부터 부각시켜 감독 자신이 이야기하고픈 주제를 반영해 나간다. 은희가 사랑한 전교조 교사나 파란만장한 남편이 방송관계자에게 뇌물을 주는 장면 등을 우습게 꾸미면서 사회 비판적인 감독 특유의 작가적 페이소스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작 '휴머니스트'에 비해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요소는 컬트 적인 것이 지배적이다. 철없는 아내와 태권소녀의 동성애 적인 사랑이 등장하여 파란만장한 남편의 우여곡절의 인생이야기는 분명 감독이 서로가 공존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희망에서 창출된 것임에는 인정한다.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그러한 의미심장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에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욕심에 역부족일 수도 있다. 그냥 황당한 코믹 적인 요소를 조금 부각 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의 여지를 주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다.

최근 영화 전반에 동성애 적인 요소를 다루는 경향이 많아졌다. 어쩌면 우리의 사회가 조금씩 서로를 인정해 가는 가치관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분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지금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지, 서로가 공존하고 서로가 이해해 나갈 때 영화처럼 우리도 행복해져 간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이 질문에 대해 항상 가슴에 안고 관람했으면 좋겠다. "여러분 정말 행복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