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국영화의 눈에 띄는 신경향 중 하나는 만화적 코드를 적극 활용한 영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 <품행제로> 등 캐릭터의 과장된 행동이 무엇보다 눈에 띄는 영화들이 코미디 장르 속에 들어와 폭소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무엇보다도 지금 세대가 튀는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유희하는 만화적 세대이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도 상당 부분 캐릭터를 빌어 웃음을 유발한다. 캐릭터극을 이끌어 가는 두 배우 김하늘(수완 역)과 권상우(지훈 역)는 제법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권상우는 대사 치는 맛이, 김하늘은 몸을 활용하는 연기 실력이 돋보인다. 말마다 수완을 복길이라 부르며 놀려먹는 지훈의 대사는 권상우의 터프하면서도 귀여운 외모로부터 나옴으로써 구어체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김하늘은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외모로부터 엽기적인 행동(실수)을 일삼음으로써 보호해주고픈 감정을 유발시킨다. 코피 터진 얼굴로 야밤 칼가는 장면이라든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화통화 하는 장면, 취중에 "여러분∼ 나 실연당했다우" 라고 말한 뒤 망가지는 장면은 홍보포스터에서 보던 것처럼 엽기적이지만 귀여운, 사랑스런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너무 캐릭터를 통한 에피소드 나열식의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다. 또 다소 쓰잘 데 없는 데에 필름을 낭비하고 있다. 권상우의 벗은 몸을 잡는 것이나 마지막 건달들과의 겨루기는 눈요깃거리는 되었지만, 과연 작품 본연의 의도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내가 보기엔 재미를 벌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낳은 군더더기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웃기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 생각게 하는 <엽기적인 그녀>의 좋은 점을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가지고 있지 않아 아쉽다. 메시지고 연결성이고 뭐고, 그냥 재밌으면 그만이지 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런걸 꼭 극장까지 와서 봐야하나, TV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잖아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

※덧붙이기
1.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실제 영문학 전공생인 최수완 씨(현 대학원 국문학 전공 중)가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에 연재한 실화,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원안으로 하고 있다. 월간 '이슈'에 <그 녀석과 나>라는 제목의 만화(심혜진 작)로 연재된데 이어 2001년에 단행본(대원)으로 출간된 상태라고.

2. 지훈의 모델이 된 21살의 고3제자는 K대 체육학과에 진학해, 현재 영국 어학연수 중이란다.

3. 영화 속엔 실제 연예인의 이름을 빈 캐릭터가 등장한다. 수완의 첫사랑 '시경'은 가수 성시경이 모델이고(스케줄 때문에 출연 포기. 대신 NRG의 이성진이 출연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탁재훈과 같은 어울리는 변신력을 보여준다.) 지훈의 꼬붕인 혁재와 창희는 개그맨 이혁재와 남창희를 모델로 했단다.

4. <동갑내기 과외하기> 홈페이지는 <엽기적인 그녀> 홈페이지로 '제1회 대한민국 영화 인터넷 마케팅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웹디자이너 설은아(포스트 비쥬얼) 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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