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 CINELINe

이누가미 (2001, Inugami)
일본 / 일본어 / 드라마 / 105분

감독: 하라다 마사토
각본:
촬영:

작품성	(0/10)

네티즌	(7/10)

2001년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분 초청상영작
2001년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월드판타스틱시네마 부분 초청상영작

들개신 이누가미를 숭배하는 일본마을. 이곳의 보노야마 가문의 여자들은 대대로 이누가미를 모시는 단지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 숙명이다. 이 가문의 여인 '미키'는 이누가미 전설에 관한 전설과 숭배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도시에는 '아키라'라는 젊은 교사가 부임해온다. 그가 부임해온 날, 마을은 갑작스러운 안개와 돌풍에 휩싸이고,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키'는 점점 젊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아키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을에 불행한 일들이 하나씩 생겨나자 사람들은 '미키' 때문에 이누가미의 전설이 생겨났다고 믿는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작이었던 <이누가미>는 두 주연배우의 과격한 성묘사로 R-15 등급을 받은 작품이다. <바운스>, <주바쿠> 등 언제나 현대 일본, 그리고 도시를 배경으로 일본의 일그러진 그림자를 보았던 '하라도 마사토'가 <이누가미>를 통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계를 이끌어나가는 한 외딴 마을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감이 탈색된 신화의 세계라면? '개의 신'을 뜻하는 <이누가미>는 과연 자신의 이전 작품들과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누가미>는 '하라다 마사토'가 만든 <열정의 제국> 혹은 <나라야마 부시코>이다. 인가미의 저주가 내린 오미네 마을 공동체는 일본 사회에 대한 음울한 반영으로서의 공간이다. 하지만 '하라다 마사토'가 그려내는 미개사회의 그림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기대어 있다. 하라다는 낡아 보일 법도 한 그 얘기가 오히려 현재 밀레니엄의 일그러진 일본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우화로서의 모델이라고 말한다. 소제목가지 붙여가며 이 현대판 신화를 이끌어가는 그는 줄곧 이어오던 테마에 대해 시공간의 세련된 재구축을 이루어낸다. 저주와 공포에 관한 신비주의적 분위기가 엄숙하면서도 차분하게 이어지는 <이누가미>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사회에 대한 백일기도이자 세기초 일본영화의 우울한 전망과 희망의 변증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