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뤽 고다르의 영화제를 하였었던 때가 있었던 걸루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단지 호기심에서 빌려봤던 이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해서 그리 호평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내공빨이 받쳐주지 못해서인지 아님 개봉당시-1960년대-에는 무척이나 새롭고 신선하였었지 모를 각종 실험들이 이제는 널리 익숙해져서인지 그리 놀랄만한 충격이나 '와~!! 고다르는 천재야!!'라는 경탄이 나오지는 않는다. 원래 성인은 찬사를 던져줘야하는데, 이론이론..

줄거리는 간단하다. 험프리 보가트(난 사실 험프리 보가트가 어느 영화에 나오는지도 모른다. -.-; 여기서 다시한번 나는 내가 컬럼을 쓸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틱 돌출! ^^;) 흉내 내기를 즐겨하는 미셀(장-폴 벨몽도 분)은 차를 훔치고 도망가다 추격해오던 경찰을 쏴죽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파리로 돌아온 미셀은 여자친구(앤 절대 아님)에게 다가가 그녀가 옷을 입을때 돈을 훔치고 유유히 인사하고 나갈 정도로 죄의식이란게 없다. 지나가다 만난 옛애인 파트리샤(진 세버그 분)에게 지속적으로 추파를 던진다. 장물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던 미셀은 결국 파트리샤의 신고로 도주 중 총에 맞아 죽는다.

며칠째 계속된 절식으로 인해 속이 쓰리지도 않고 넘 아파서 점심에 라면을 끓이며 본 영화가 너무 황당해서 '이게 왜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첫 신호탄으로 주목받았을까?'라는 간만에 착하고 내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들어 토끼녀석에게 물어오라고 시켰더니 기정이네 홈 라는 괜찮은 홈을 물어와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누벨바그가 뭔지, 장 뤽 고다르가 누구인지 같은 것은 위의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궁금하신 독자 열분들께서는 찾아서 보시고, 이 영화의 스토리를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그 정리 잘된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무릎을 치면서 '아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알베르트 까뮈의 '이방인'과 넘 비슷하였던 것이당~

이 영화 내내 주인공 미셀은 어떠한 죄의식도 없다. 그는 훔친 차를 타고가며 감독이 의식을 허여한 카메라에 대고 '산도 싫고 물도 싫으면 목을 매'라고 말할 정도로 삶에 대해서 가볍다. 그는 파트리샤와 이야기하면서 '슬픔과 무(無)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파트리샤의 질문에 '슬픔은 시간낭비니 무(無)를 택하겠다'라고 말하는 객관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으로 볼때 무척이나 싸/가/지(내 후배 중 한명에게 이 별명을 부여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4way로 순화시켜 부르더군. 허헐)없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서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또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의 주인공(헉 이름이 생각안난다. 특이한 이름이였는데..아! '로깡땡')처럼 그에게는 어떤 절대적인 규준이 없다. 즉 그들은 세상에 우연히 태어난 불운한 존재이며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에 기로에선 불안한 존재인 동시에 자유스러운 존재이다.

이러한 영화내 스토리는 60년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실존주의'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존재라는 것이 단지 우연히 '거기에 있을 뿐'인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거기에 있을 뿐' 어떤 필연도 없어 보인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파트리샤는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아마 총을 겨누고 있던 경찰들에게 몸을 던져서는 '안돼~~'소리, 슬로우모션, 소리 이펙트 아웃, 미셀 클로즈업, 눈물 한방울 찍, 달려오며 파트리샤 안고서는 울고 분노의 총탄을 경찰들에게 날리나 경찰들의 총에 죽음으로 씬은 처리될 것이다. 그 이전에 파트리샤가 미셀을 신고하지도 않았을테고 경찰에게 총탄을 날리는 장면도 그렇게 단순히 찰영되지는 않았겠지만..

하여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정작 중요하게 보아야할 점은 끊임없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카메라 편집이다. 정말 자증날 정도로 많이 시도되는 점프컷은 8mm 홈비디오 편집 잘못해놓은 것처럼 곳곳에서 튄다. 이거 보면서 절대 몰입안된다. 더구나 카메라는 종종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 험프리 보가트를 바라보는 미셀의 시선을 대신하기도 하고 파트리샤나 미셀은 종종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이것을 소외효과(=distancing,거리두기효과) 즉 브레히트라고 한다더군.

끊임없이 '이건 영화야, 몰입하지마'라고 말하는 거처럼 끊임없이 극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브레히트적 효과는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이켰다고 한다. 과도한 점프컷과 더불어 롱테이크(=long take,오래 찍기), 자의식을 가진 카메라('다찌마와 Lee'를 보면 스스로 돌아서 다방 마담과 건달이 키스하는 장면을 가스 불에 비유한 장면 같은 거, 좀 안들어맞는 비유인가? 쩝~), 그리고 들고 찍기는 이 브레히트적 효과를 이뤄내기 위한 밑작업들이였던 것으로 보아진다.

이 브레히트적 효과는 아래 조~ 밑에 쓴 '커밍 아웃'에서도 자주 쓰였다. 근데 사실 이 효과는 문학에서 먼저 쓰였다. (아닌가? 자신 없어지는군) 1920년대 러시아 형식주의는 "예술은 여러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낯설게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내림으로 '낯설게하기'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시 되었었다. 물론 고다르의 '낯설게하기'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주장한 '낯설게하기'는 조금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기는 하지만, 본질에 다다르는 것을 고의적으로 방해한다는 점에서는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에궁 역쉬나 황당한 영화를 씹어보자니 여러가지로 골치아프군-.-;

'네멋대로 해라'에서 지속되는 이 브레히트적 효과(용어가 어려우니 그냥 낯설게하기로 대처하겠음)는 작품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실존주의철학적 세계관을 구성하기 이해서 의도적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가 주장한대로 실존주의철학에서의 존재의 발견은 평범하던 사물들이 낯설게 보이는 것을 전초로 시작된다. 갑자기 평범하던 사물들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낯설게 보인다는 것은 사물들에게 새로운 의식을 향하게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물들에게 의식이 집중되는 것은 어떠한 필연도 없다. 더불어 존재 또한 의식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즉 무(無, Nothing)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의식은 확실한 것인가? 아니다, 의식또한 의식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으로 의식대상이 없는 의식도 무(無)이다. 미셀에게 던진 파트리샤의 질문은 사실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슬픔과 무(無)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프랑스 지성은 60년대 실존주의의 파고를 더욱더 높게 일으켜 68혁명을 이뤄낸다. 자유로운 존재로써의 인간 실현.. 그 캐치프레이즈는 정말 이 영화 '네멋대로 해라'와 꼭 들어맞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얼마전 팀의 해체설이 나도는(이미 했는지 어떤지 모르겠는)R.A.T.M의 구호,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는 구호와도 맞닿아 있으니 아직도 실존주의 철학은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음.. 물론 아쉽게도 68혁명은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장 뤽 고다르의 영화도 2기를 접어들게 되고 누벨바그라는 말그대로 새로운 파고는 뒷물에 밀리게 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30여년지 지나온 지금에서 돌아볼 때 결과가 그러하다는 것일 뿐이다.

갑자기 어떤 결론을 내리기가 모호해지는데.. ^^;; 헤헷~

음.. 음.. 그래두 혹 누군가에게 '이 영화 어떻게 봤어?'라고 물어보면 한참 고민하다 '아, 좀 황당하게 봤어'라고 답하게 될 거 같다. 뭔가 싱겁거든? ^^;;

ps. 무단 링크시켜놓았으나 괜찮은 자료들이 있는 곳이니 들어가서 살펴보심이 내공빨, 구라빨 일취월장하시기에는 좋으실 듯 하옵니다.

ps2. 심심하오니 혹 저를 아시는 분은 멜이나 보내주시와요~(참 비굴한 멘트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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