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의 주인공 싸이는 부모 형제도 없이 혼자 자랐다. 때문에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며 극심한 외로움과 더불어 비정상적인 집착을 지닌 인물이 됐다. 또, 단지 그러한 그의 내면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중년의 나이에 친구나 애인도 없이 혼자 사는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다.

대형할인마트 내의 사진 현상소. 신속함과 편리함 때문에 마트에 쇼핑하러 온 사람들이 ‘덤으로' 이용하는 이 곳에서 싸이는 사진을 현상한다. 10년이 넘게 일해 온 그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서비스로 고객을 대하며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그리 대단한 직업도 아니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지만, 싸이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사실 그는 자부심을 뛰어 넘어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 상냥하지만 왠지 불안한 표정과 강박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의 싸이는 늘 혼자다. 그는 자신 옆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을 사진을 현상하며, 사진 속 인물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달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10년 동안 자신의 손으로 현상을 했던 욜킨 가족의 사진은 싸이에게 가장 큰 위안을 준다. 여느 가족보다 많은 사진을 찍는 욜킨 가족은 싸이에게 있어 최고 단골 고객이며, 싸이는 최대한의 서비스로 그에 보답한다.

사진 속의 욜킨 가족은 누가 봐도 완벽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가족의 모습인데, 여기서 싸이와 욜킨 가족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표현되어 진다. 차갑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싸이의 집과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욜킨 가족의 집, 미소는 있지만 창백한 얼굴의 싸이와 생기 있고 건강한 얼굴의 욜킨 가족, 그리고 늘 혼자인 싸이와 단란한 세 식구의 욜킨 가족 등…. 이렇게 영화는 싸이와 욜킨 가족을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싸이의 외로움과 집착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한다. 싸이는 단지 사진 현상에 대한 즐거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욜킨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은 허황된 꿈을 꾸는데, 그는 사람의 온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썰렁한 집 안의 한쪽 벽을 온통 욜킨 가족의 온기 넘치는 사진으로 도배해 놓을 정도로 집착을 보인다. 싸이는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무지 노력하고, 가족의 일원이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싸이의 정신세계는 사진과 상상 속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오직 사진과 상상 속에서만 즐거움과 위안을 찾는다.

사진이란 것은 참 신기하고도 웃긴 것이다. 사진은 한 순간을 포착한 결과물이고 제 3자는 사진을 찍는 순간의 모습과 행동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는 현상된 사진만 보고 욜킨 가족이 가장 이상적인 가족이라 판단해 버린다. 한번 찍은 사진 속의 모습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진만 들여다보는 싸이 또한 변화하지 못하고 손바닥만한 사진 속, 사진현상소 안의 작은 공간, 온기 없는 자신의 집 안에서 갇혀 지낸다. 그리고 상상 속 싸이의 바램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사진으로만 보고 느꼈던 ‘행복한 가족’의 현실은 상상과는 다르며, 그런 가족에게 무조건 집착했던 싸이는 커다란 상처를 받고, 그 역시 그들에게 상처를 준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주인공 싸이는 ‘스토커’라 불릴 만 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를 단지 ‘사이코 스토커’로만 보이게 하지는 않는다. 처음엔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악의 없는 스토킹이었지만, 이 불쌍한 주인공의 주변 상황이 그에게 광기어린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상황은 상당히 안타깝다. 로빈 윌리암스의 슬픈 눈매와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통해 비춰지는 싸이는 처절한 외로움 때문에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안쓰럽고 불쌍한 인물이다.

매우 거대하지만 공허하게 느껴져 오히려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는 대형할인마트의 모습과 싸이의 심리 변화에 따라 극적으로 몰아치는 섬뜩한 배경음악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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