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후 1년, 오드리 토투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그 때 처럼 달콤하거나 따뜻하지가 않다.

여전히 그녀는 귀엽고 순진하고 철없이 한 남자를 일방적으로 좋아하지만, 꿈 같고 동화 같았던 <아멜리에>에 비해 <히 러브스 미>는 차갑고 냉정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건 아마도 무작정 해피엔딩이 되기에는 사랑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정말로 사랑했고, 그를 위해 살인까지 했고, 그가 알아주지 않자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이었다. 그는 그녀를 알지도 못했다. 나중에 그가 사실을 알게 되어도 오히려 그녀를 무서워할 뿐이다.

조금은 황당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이어서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실제로 이런 일은 정말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걸 다 알면서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가슴이 콕콕 쑤셔왔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어쩌면 다 이런 식일지도 모른다. 혼자서 환상을 만들어놓고 그 환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그게 환상인지 아닌지는 그 안에 있을 때는 결코 알 수가 없다. 먼저 환상에서 빠져 나와야지만 예전에 그것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녀는 끝내 그 안에서 빠져 나오지를 못한다. 그런 걸 '영원한 사랑'이라고 말하겠지. 몸은 같이 있지 못해도 마음만은 영원히 내 안에서 함께일 거라고...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하지만 밖에서 그걸 다 지켜본 우리로서는 그저 그녀가 안쓰럽기만 하다.

환상이냐 아니냐. 사랑이냐 아니냐. 영화를 보는 우리의 답은 너무나도 명쾌하다. 그런데 영화가 아니라 그게 실제 우리의 삶이라면....

<히 러브스 미>의 장르는 아마도 멜로스릴러쯤 될 것 같다. 물론 <라빠르망>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는 않지만, 하나 하나 진실이 드러나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스릴러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히 러브스 미>는 사랑에 대해서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반추하도록 만들고 여기 저기를 콕콕 쑤셔댄다는 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과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생활의 발견>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반면에 <히 러브스 미>는 그 정도의 자조적인 웃음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마도 <히 러브스 미>의 콜롱바니 감독은 홍상수 감독 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냉혈한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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