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아담이 눈뜰때>의 원작자이자 <301 302> <학생부군신위>가 영화화되는데 원천이 된 시의 창작자인 작가 장정일의 시,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보면 시 창작의 어려움에 대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거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서술된 창작 고민이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 <어댑테이션>도 시나리오 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 <휴먼 네이쳐> 등의 작가인 찰리 카우프만이 논픽션 [난초도둑]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힘든 과정이 그대로 <어댑테이션>이 되는 것이다.

이미 이와 같은 창작의 고통을 노출시키는 과정이 그대로 영화가 되는 영화는 종종 있어 왔다. 때문에 <어댑테이션>은 새삼스럽지 않다. 제 아무리 흥미로운 숨은그림을 꼭꼭 숨겨놓았더라도 찾아냈을 때의 기분은 더위에 먹는 아이스크림 만족과 같다.

나 또한 한 때 문학 창작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일까. 이 영화와 같은 재주부리기 앞에서 놀라움보다는 조소가 앞선다. 이유인즉슨 창작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댑테이션>이 정작 빛나는 부분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놀라운 1인 2역, 메릴 스트립의 예상 못했던 이미지 변신이 주는 충격효과 그리고 크리스 쿠퍼의 등장 자체에서 오는 안도감에서 찾아진다. [★★★]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