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은 대체로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 원시시대에 하늘의 아들이라 불리웠던 이들을 죽여갔던 인간들에게 있어서 영웅은 왕의 대속물이고 인간의 희생양이였다. 그런 점에서 엑스맨은 잘못 전해지고 있는 영웅들이 아니라 진짜 영웅들이다. 그들은 죽어가도록 선택받은 영웅들이다. 그들은 죽을 운명이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영웅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두 번째 이야기는 매우 선정적이고 흥미롭다. 그렇지만 선정적인 사이트에 훨씬 볼 거 없다는 거는 맞는 이야기인 거 같다.

1. 미국적인 것

미국적인 것이라는 말이 최근들어 안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영화에서만큼 미국적이라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좋은 뜻이다. 그들의 영화는 잘짜여있다. 특히 돈을 많이 들인 영화는 그만큼 더 잘 짜여있다. (그것이 영화상으로 그렇다는 거지 굳이 스토리만 떼어놓고 보고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잘 짜여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대중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기에 진부한 컷편집이 많고 그렇기에 새로운 영상들이란 없으며 실험적인 영상을 원한다거나 새로운 미적쾌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흥미롭지 않은 화면들 투성이다. 그러나 대중적이기에 '무난하다'. 거의 모든 미국영화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혀 해내지도, 해낼 생각도 없는 일들을 다룬다. 그들은 뮤턴트들을 용인하게 된다. 그것도 대통령이 연설문하나를 바꿈으로 해서. 그러나 실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아서 한나라를 아작내놓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깡통하나 발견해내지 못했다. 미 행정부와 국방부 사람들은 오히려 스트라이커의 생각에 더 닮아있다. 단적으로 자기에게만 열려진 세계, 그것이 전부이다. 더 깊이 생각하지마라 눈에 보이지않는 것 그것은 거짓이고 악마의 짓거리다라고 그들은 자기세뇌를 한다. 타인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타 문화를 인정하지 못한다. 탈레반이 자기들의 문화재를 깨부수는 것도 그들의 신앙을 높이는 한가지 과격한 정책일 수도 있다는 걸 서방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스톰과 진의 대사는 그런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말아요"

2.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말자

<엑스맨> 일편이 전반적으로 내세운 것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았다. 그들은 일반인들을 뮤턴트로 만들려고 하는 매그니토의 전략을 저지했고 일반인은 일반인대로 뮤턴트는 뮤턴트대로 그들이 부여받은 생명의 속성을 유지한 채로 살아가기를 바랬다. 그런 점에서 일편에서의 폭력은 매우 깊은 고뇌와 무거운 책임을 동반한 무엇이였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 울버린의 폭력은 누군가가 그랬듯 고민이 없다.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는 책임에서 오는 과감한 결단이라기 보다 그저 내지르는 주먹질에 가깝다. 고뇌와 정체성에 관한 탐구가 탈색된 영화는 액션만 떠돌게 되는데 그런 액션의 떠돎이 전편보다 흥미로운 장면 몇 개를 던져주기는 하지만-특히 초반부의 바그너의 액션과 울버린과 손톱여자의 액션장면은 와이어액션이 얼마나 미국인에게 익숙해졌나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된다-뮤턴트와 인류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가볍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편은 분명 스토리상 꽤나 고민될 부분을 던져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울버린이 멋있다 혹은 바그너 멋있다 정도의 감정만을 가지고 영화관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60년대 흑인인권운동과 연결짓기도 하지만 어쩌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화면-만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관객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놓고 듣게 되는데.

3. 선택

우리는 한 선택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이 선택은 극 내부 인물들의 반응만을 볼 때 그리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 듯 보이나, 본인에게는 꽤나 복잡한 문제를 던져주었다. 우리가 남을 위해 한 희생은 어떻게 보아야할것인가? 늘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 대해서는 남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던져지는 물음, 그 선택이 필연적인가라는 물음! 정말 우리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 아님 '선택하게'만들어지는 것일까?

화이로의 선택과 아이스맨의 선택, 매그니토의 선택과 사비에의 선택, 스트라이커의 선택과 대통령의 선택, 그리고 그 이면에 놓인 모든 두가지 선택지들. 공존이냐 전쟁이냐.

덧, 정말 계시록에서처럼 우리는 두편으로 나눠 싸우게될까? - 개인적인 궁금증이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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