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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헤븐 (2002, Far from Heaven)
미국, 프랑스 / 영어 / 드라마, 로맨스 / 107분 12세관람가 / 2003년 05월 23일 개봉


출연: 줄리안 무어, 데니스 퀘이드, 데니스 헤이스버트
감독: 토드 헤인즈
각본: 토드 헤인즈
촬영: 에드워드 라크만
제작: TF1 Films Productions, Killer Films, USA Films, Section Eight, John Wells Productions, Clear Blue Sky Productions, Vulcan Productions
배급: 프라임픽처스
홍보: 미디어필림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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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같음과 다름의 마주보기. (8/10)

리뷰: 최경희
2003/04/15

나는 유리벽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투명하게 맑은 유리벽은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아 들이고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모든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포용력이 있었고, 또한 그 유리벽은 언제나 세상의 유해한 것들로 부터 나를 보호한다고 안심하며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유리벽 안으로 무단으로 침입하려는 것들에 대해서는 경멸과 증오를 보내왔고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만든 유리벽은 나를 보호해주는 아름다운 울타리가 아니라 나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 아니었을까?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단절되어 버린 고독을 느꼈다.

나는 단절되어 버린 고독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내면의 나 자신을 마주보기 두려워하던 중, 영화 <파프롬헤븐>의 주인공 캐시(줄리안무어)는 바람이 불면 너무나 쉽게 날라가는, 그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그녀의 스카프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녀의 삶이 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집에서 우아하고 정숙하게 삶을 꾸려나가려고 애쓰는, 안쓰러울 정도의, 인생의 고단함을 느껴서 일지도 모른다.

영화 <파프롬헤븐>에서 캐시는 모든 사람들이 꿈 꾸는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남편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그 안정된 일상들이 유리처럼 쉽게 깨져서 금방 살 속으로 파고 드는 유해한 물질로 자신에게 침투되어 자꾸만 유리벽 없이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걸 알아버리고도 선택한 삶은 위선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더욱더 단단한 유리벽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흑인 정원사 레이몬드와의 만남은 유리벽 없이 삶의 마주보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오후 햇살의 소중함만큼이나 가치있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요즘 영화계에 비추어 볼 때 이단아적인 면모를 많이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화면과 색감은 분명 우리의 눈맛을 즐겁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또한 영화속 인물들의 대화마저 우리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분명 날카롭게 우리의 이중적인 삶의 변주곡을 표현하고 있었고 영화 보는 내내 나는 그 허울 좋은 나의 삶을 반추해 보고 있었다.
분명 주인공 캐시를 통해서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끼게끔 만드는 일상의 왜곡은 잔인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영화가 끝날때 쯤, 캐시의 삶이 안쓰럽게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는 것은 그녀의 삶이 분명 앞으로 전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 일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 놀랍도록 경이감을 표현하는 것은 일상의 삶에서 현 사회의 모든 문제를 아주 자연스럽게 문제화하고 또한 어떠한 대화적인 설명없이 캐시(줄리안무어)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있다.
감독 토드 헤인즈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어떠한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삶의 무게와 가치를 그려냈고 어둡지 않게 관객의 옆자리에 앉아 소곤대듯이 얘기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 캐시의 삶을 들여다 보기만 하면 된다.

캐시의 삶은 단순하다. 능력있는 남편에 예쁜 남매가 있고, 아름다운 집과 정원, 또한 그녀를 좋아하는 친구와 여러 사람들..거기다 그녀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모임, 파티에 바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의 단순한 삶을 액티브하게 하게 만드는 일상의 전환점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의 삶을 즐기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만족도와 자부심도 무척 커서 그것을 다르게 변화하게끔 만들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녀는 오늘도 파티준비에 바쁘다. 그녀의 귀여운 딸은 자기가 크면 엄마처럼 이쁘게 될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니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부르조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영화 초반에는 캐시라는 여성을 좋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소유한 듯한 그녀의 삶은 나와 너무나도 다르다고 느껴졌고 왠지 다가 설 수 없는
울타리가 둘러 처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감독이 그녀의 사회등급을 부르조아급으로 설정하고 얘기를 풀어가는 것이 이채롭게 먼저 다가왔고 나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녀의 삶에서 무엇을 끄집어 내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감독은 일상의 작은 사소한 사건에서 부터 그녀의 삶에 대한 얘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남편의 경미한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캐시가 경찰서 영수증을 휴지통에 버리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자신의 안정된 삶을 흔들어 놓았던, 불쾌한 시간은 곧 일상의 단순함에 묻혀버리고 만다. 단지 그녀가 불쾌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들 부부의 저녁모임을 방해했기 때문이니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일상의 또 다른 침입자. 흑인 정원사 레이몬드와의 만남..
또 다시 이어지는 남편의 비밀.
이렇게 일상의 작은 흔들림은 점점 그 강도를 높여서 그녀의 위선적인 삶의 마주보기를 강요하기 시작한다. 감독 토드 헤인즈는 삶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방식을 이채롭고도 흥미롭게 표현하지 않고 바람에 의해 날라가는 캐시의 스카프처럼 일상의 한 부분에서 따와서 그려내고 있었다.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도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핀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그 안정된 삶 속으로 자신의 분노와 위선의 아픔을 숨기려고만 하는 캐시의 모습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그녀와 같이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캐시는 남편의 비밀 앞에서 철저하게 일상의 안락함을 위해 참고 견디면서, 자신를 숨기는 모습은 애처롭다 못해 그 위선의 두께가 너무나 거대해 보여서 같이 나누어 지고 싶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감독 토드 헤인즈는 나름대로는 평범했지만 그것을 벗어나기 시작하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상징화하고 있다.
캐시 그녀 자체는 이기적인 모순덩어리이며, 한 공간과 시간의 주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것으로 부터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이고, 그녀의 집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녀만의 성지이고 안락함의 상징이다. 그녀의 부와 귀족적인 가치관은 사회의 문제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듯 하지만 막상 그것이 가까이 자신에게 다가 왔을때는 위선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철저한 개인주의 마저 느낄 수 있다.
그녀의 그런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흑인 정원사 레이몬드와의 첫 대면 장면에서 그녀는 낮선 남자가 자신의 정원에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 보다는 흑인인 점에 더 놀라워했고 두려움을 표현했다.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정원사 일을 해주기로 했다는 레이몬드 말에 유감을 표현하는 캐시의 모습은 현대 미국사회가 세계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구호 아래 펼치는 폭력의 일부를 본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나만의 과대망상증인가?
분명 흑인이라는 존재는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고 그녀가 그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불쑥 나타난 레이몬드는 한 순간이라고 느꼈을 테지만 일상의 찌그러짐을 표현한다. 그녀가 레이몬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미리 알거나, 진정으로 관심을 한번이라도 가져었다면 레이몬드의 출연에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진실을 또 한번 외면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은 여기서 레이몬드(데니스 헤이스버트)를 이물감이 느껴지는 존재로 캐시(백인사회)의 주위에 배치한다. 캐시가 자신의 평온한 삶이 깨지는 틈새 사이로 자연스레 흑인 레이몬드를 배치함으로써 캐시 스스로 자신의 모순을 깨닫는 유기적이고 충분히 의도적인 시간을 가지게 함으로써 삶의 진실한 마주보기는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물감이 느껴지는 레이몬드라는 존재가, 캐시가 자신의 위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할 때 자연스레 그 무게를 나누어지는 역할을 함으로써 다름이라는 것 이면에는 같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캐시의 그 단단했던 위선의 두깨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단지 다름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편견에서 오는 무지였을 뿐이다.
분명 캐시는 레이몬드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보였던 이유가 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아무 영향을 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쉽게 무너지는 편견의 벽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녀가 겪고 있는 일련의 어려운 상황보다 쉬운 일이 것이다. 감독은 여기서 다름이라는 존재가 불쾌한 이물감이 아니라 서로를 사려깊게 이해할 수 있는 동기임을 보여준다.
캐시가 편안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 다름이라는 이물감들은 곧 자신이 덮어 쓰고 있는 위선를 내던지는 일이고 남편의 그 다름도 조금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받아들 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곧 그녀는 그로 인해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에서부터 외톨이가 되버린다. 그녀가 같음이라고 생각했던 사회마저도 그녀를 다름이라고 단정하는 순간이다.)

캐시는 분명 그렇게 용기있는 선택을 영화안에서 하지 않는 인물이다. 내면의 자신을 마주보면서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고,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고귀하다고 생각한 삶을 버리기에는 그녀는 어쩌면 너무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결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그녀의 인생을 선택해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이다. 캐시의 남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는 사회적인 명성과 안락한 가정을 위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병으로 치부해버리는 아내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딴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 그게 사랑일줄 몰랐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인과 동시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다름이라는 존재를 자신만은 거짓없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캐시도 더이상 그의 말에 그것은 병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서로가 그 다름이라는 것도 분명 같은 시대,공간, 시간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암묵적인 동의일 것이다. 프랭크라는 인물은 자신의 허울을 용기있게 어깨에서 내려놓는 선택을 했고, 자신의 사랑(인생)을 찾아간다. 그것이 결코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이룩해 놓은 명성과 지위를 앗아가는 일이어도 그는 내면의 자신을 마주보기를 이제 두려워하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프랭크의 이런 선택은 캐시에게는 선택이라는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었을 테고, 내면의 자신을 마주보게끔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사건이었다.

영화 <파 프롬 헤븐>은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 단지 다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흑인과 백인이라는 소재를 선택했고, 동성애도 그런 맥락에서 다루어진 소재이다. 누구도 보통의 삶을 꿈 꾸지만 그것은 너무나 얻기 힘든 천국의 삶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허나 보통(평범한)의 삶을 살지 못한다고 그것이 지옥이라고도 이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갔다해도 그것이 곧 지옥이 아님을 우리는 알 것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한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고, 바람의 의해 쉽게 날라가는 스카프처럼 인생이 흔들려도 그 안에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감독 토드 헤인즈는 말하고 있다.
캐시와 레이몬드가 그 다름을 인정하고 이별하는 것은 편견으로 부터 그나마 안락한 삶을 위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배려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 둘이 가졌던 시간은 진실한 자아의 마주보기였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이지만 그 안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캐시를 통해 감독은 절제된 대화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리석죠? 한 순간만이라도 나를 보여주는게? 다름 사람에게 관심갖는게?"
레이몬드의 이 대사는 순수하게 타인에 대한 이해의 말이고 또한 화해의 메세지임을 알아차리고 관객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http://www.onreview.co.kr/



아카데미는 부끄러운줄 아시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놓치다니! 비행소녀 (2003/06/18)
정말 멋진 영화. 김동혁 (2003/06/10)
디아워스 이후, 줄이안무어의 또다른 변신 노정규 (2003/04/14)




<파 프롬 헤븐> 편견을 말하는 편견의 영화 - 김윤경 (2003/06/24)
<파 프롬 헤븐> 옥수수가 주식이 되지 못한 이유 - 정영선 (2003/05/06)




<월향>같음과 다름의 마주보기. - 최경희 (200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