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공포영화의 붐이 일어날 정도로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외국영화들 까지 공포영화가 한층 기세를 펼쳤다. <장화, 홍련>>, <아카시아>, <엑스텐션>, <데드 캠프>, <주온>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공포영화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앞 다투어 개봉을 하여 관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를 했다. 공포와 더불어 <아이덴티티>나 <거울속으로> 등 스릴러의 기세도 만만치 않은 영화시장 속에서 그 중심에는 장기간에 걸친 불황의 여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공포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을 했고, 노동절 연휴(2003.08.29-09.01) 전미 흥행 역대 1위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지퍼스 크리퍼스 2>다. 2001년 <지퍼스 크리퍼스>가 나온 지 2년 만에 속편이 제작된 <지퍼스 크리퍼스> 시리즈는 두 편 모두 다 미국 내에서는 흥행 호조를 보였다. 전형적인 B급 공포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나름대로 1위를 한 것에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이 영화의 감독인 빅터 살바는 1988년 자극적 피보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미스터리 공포영화 한편을 들고 출사표를 던진다. <클라운 하우스>라는 성인용 공포영화인데 그 당시만 해도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공포영화로 시선을 모았다. 이후 1995년 <분닥세인트>의 주인공 숀 패트릭 프레너리와 함께 문제작인 <파우더>를 만들어 낸다. 선천적 백피증에 걸린 한 남자와 모순덩어리인 세상과의 이야기를 독창적 시각으로 그려낸 <파우더>는 이후 숨어있는 걸작으로 남게 된다.

아마도 그때부터 빅터 살바라는 감독을 추종하는 마니아급의 관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다. 이후 2001년 공포의 전형적인 코드를 밟아가는 <지퍼스 크리퍼스>는 거의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와 공포라는 장르가 21세기 문턱에서 흥행이 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빅터 살바 감독의 마니아들이 그의 후속작품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으며 여름에 개봉을 했기에 여러 가지로 흥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여파는 속편까지도 작용하여 흥행쾌거를 미국 내에서는 이루었을 것이다.

속편을 제작하면서 등장하는 스쿨버스 안에 갇힌 학생들의 모습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구명선>이라는 작품에서 따온 것이며 괴물이 새처럼 날라 다니며 공격을 가하는 설정은 히치콕의 <새>에서 그 컨셉을 따라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한 사실이다. 23년마다 23일간 600명의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 또한 나름대로 그 의미를 담고 있다. 공포영화 속에서 이유 없이 누군가를 살육하는 모습은 단지 공포영화이기에 어김없이 나오는 장면으로 치부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100%예측을 하면서 살수는 없다 사고나, 불행, 질병 등 모든 것들은 불확실한 미래와 같이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공포 또한 그러한 우리들의 예측 없는 불행을 암시한다.

현재 <지퍼스 크리퍼스 2>는 한국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1,2편 모두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에서는 그 정서가 맞지 않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1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마니아적 요소가 강한 공포물이기에 그러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 편견과 독선을 뒤로한 채 좀 더 다른 공포물로의 접근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때이다. 이것은 단지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작용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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