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은 다소 이상하다. 그의 연출작품이나 출연작품이나 모두가 다 한결같이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 이해의 정도라는 의미는 조금은 상식 밖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특별함을 부여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일 것이다. 곧 컬트성을 가미함과 동시에 매니아층을 확보한다는 부산물을 산출한다.

최근 개봉하여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선전하고 있는 쿠엔티 타란티노의 신작 <킬빌 1편>은 그러한 컬트성과 함께 그 무게 속에 대중성을 가미함으로써 상당부분 흥행적 요소를 염두 해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인조직 데들리 바이퍼스의 일원이었던 브라이드는 결혼식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자신을 죽이려했던 빌과 함께 일당을 처치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당을 죽이는 과정 속에서 당원들의 사적인 개인사까지 충실하게 설명을 영화 속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자막으로든지 아니면 나레이션으로든지 사물이나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충실하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계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전후관계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배제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용한다. 일본 B급 폭력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색채를 가미시켜 영화의 일본 색을 가미시킴과 동시에 전반적으로 재패니즘의 사상을 드러낸다. 이소룡의 영화 <용쟁호투>에서 입은 옷을 착용한 우마서먼이 닛본도를 들고 있는 모습이나 사무라이 정신을 고취시키는 한조의 모습, 설원에서 풍겨지는 동양여인과 서양여인의 대결 등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동양적 모습, 특히 일본의 느낌을 전달시키려 하고 있다.

영화의 초점은 우마 써먼의 연차례적인 복수극에 맞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복수 극은 표현 상에 있어서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표현으로 코팅되어 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느껴지는 종반부의 절정과 <저수지의 개들>에서 보여지는 컬트적 폭력미학을 그는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펄프 픽션> 이후 그다지 히트할만한 작품을 보여주지 못한 쿠엔티 타란티노의 이번 작품은 상당부분 앞으로 그의 히트작중에 한 작품으로 머무르기에 충분하다. 아니 매니아층을 더 두텁게 함과 동시에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는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우마 써먼은 벤 애플렉과 주연한 <페이첵> 등을 통해 그녀의 재기를 느낄 수 있고, <스플래쉬>에서 인어를 연기한 대릴 한나도 애꾸눈 엘 드라이버인 악역으로 연기 변신하여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킬빌 VOL 2>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빌 역의 데이빗 캐러딘은 1993년에 <킬 존>이라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영화 <킬빌>은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솟구치는 잔인함이 장시간동안 느껴진다. 그러나 그 잔인함 속에는 복수의 분노를 연출하기 위한 감독의 컬트적 의미가 담고 있으며 동시에 복수를 가장 정확하면서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장된 표현이 어쩌면 가장 인간의 욕망으로 점철된 복수의 그림자로써 잘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장르와 표현으로 접목된 퓨전 헐리웃 영화 <킬빌>은 한국영화 <올드보이>와 함께 각 나라에서 복수의 모습을 그린 영화를 서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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