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
마틴스콜세지의 <쿤둔>을 보다.
영화란 것은 때때로 교훈적이다. 사실 나는 '쿤둔'이 무슨 의민지, 달라이라마가 누군지
잘 몰랐다(누가 욕해도 할 말 없는 정치적 무관심). 그러나 나는 많이 졸긴 했지만, 이 영
화로 인해 적어도 티벳의 상황, 달라이 라마의 존재감 정도는 새삼, 그리고 조금은 절실
히 깨닫게 되었다.
한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티벳과 같은 정치적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로선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다. 국민은 믿음직한 지주를 의지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끊임
없이 국민으로부터 1등 지도자로 언급되는 대도 다 어려운 시대를 잘 이끌어주었기 때문
이다. 그래서 티벳의 주권수호를 위해 그리고 지금은 독립을 위해 강렬한 저항정신을 보
여주는 쿤둔이 추앙받고 노벨평화상으로 기려진 일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쿤둔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에 더욱 비장하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티벳을 기억해야 할 것이
다.
영화적으로는 <쿤둔>은 단조롭다. 특별난 상황을 호들갑스럽게 만들지도 않았고 인물
을 다룸에 있어서도 영웅적으로 비쳐지는 것은 피하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지극히 느슨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진실 그대로를 보여주겠다, 그럼으로써 더 폐부에 닿게하겠다는
감독의 의도에 고개는 끄덕이지만 조금 더 드라마틱한 면이 부각되었다면 달라이라마에
게로 가는 길이 좀 더 편했을 텐데…. 졸음으로 인해 참으로 많은 장면을 놓쳤다. 이 점
이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