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숲/인어의 상처> 원작자 다카하시 류미코는 <메종일각>, <우루세이 야츠라>, <란마 1/2>로 오래도록 사랑 받아오고 있는 작가다. 대부분 요란한 소동이 주를 이루는 코믹물인데, 그녀가 웃음을 만드는 데 큰 장기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어...> 연작은 그의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코믹한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들에는 다른 코믹 작품들 속에 잠재해 있지만, 쉽게 알아내기 힘든 미묘한 개성이 극대화되어 드러난다. 그것이 그녀의 만화가 단순한 코믹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주인공 유타는 수 백년 전에 동료들과 함께 인어 고기를 먹었다. 인어 고기는 불로장생의 묘약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의 독성을 이기지 못해 죽거나 흉측한 괴물이 된다. 그만이 살아남아 영생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점 늙어가고 죽는데 혼자서만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있는 자신이 지독히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남들처럼 늙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인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는 이 불사의 약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주 어린 나이에 인어 고기를 먹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죽어 가는 여자에게 인어 고기를 먹여 대리모로 삼고 다니다 생명력이 다하면 죽여버리고 새로운 어머니감을 찾는 아이도 있다. 인간 처녀의 몸을 먹고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어의 무리도 만난다. 인어의 독성을 시험하기 위해 쌍둥이 동생에게 피를 먹이곤 평생 그 죄과와 함께 살아가는 여인도 만난다. 결국 그가 발견한 인어는 절대 웃지도 않는, 영생이라는 천형을 살고 있는 괴물의 무리였을 뿐이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 같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사방에 피가 튀기고 처참한 살육이 자행되는 장면은 공포보다는 기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반대로 시간이 완전히 멈춘 상황에서 혼자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처럼 인간이 철저하게 믿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무너졌을 때의 공포는 실로 형언하기 어렵다. 다카하시의 '인어' 연작은 뛰어나게 그 공포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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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