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vs 비천무



무협이란 동장르지만 두 영화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호장룡이 준 그 여백의 美가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듯한 영화 '臥虎藏龍' 과 무협이란 이름의 '약속'을 보는 듯 했던 '비천무'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와호장룡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눈길을 끌게 하더군요...'음식남녀','결혼피로연','센스 앤 센서빌리티','아이언 스톰'... 그런데 무협이라니...



이 안 감독은 동양인의 눈으로 서양인의 감추고 싶은 치부까지 표현해 내는 감독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들켰으니 얼마나 그를 두려워할까요...



그런 그가 표현하는 동양인의 생각은 해탈과 초월에까지 표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와호장룡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느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외로운 무사...



그리고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고통을 감당해야하는 여자..



그녀 안의 이런 혼란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젊고 현명한 여자...



그리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다른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잃어버린 보검과 스승을 죽인자에 대한 복수와 같은 단선구조의 내용이 축을 이루지만 그 축은 아름다운 배경과 동일한 표현도구로만 비춰지더군요...



중력을 무시한 듯 나르는 무사와 발레동작처럼 우아하고 박력있는 모습의 대결...



초월한 무사 주윤발과 자기과시형인 장지이의 대나무숲 장면은 그들의 캐릭터를 줄곧 나타내고 있더군요...



초월한 무사는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는 진리를 설파하며 바람에 대나무에 몸을 맡기고



자기의 자유를 무공을 통해 이루길 원하는 장지이는 현란한 기술을 선보입니다...



주윤발과 양자경의 세대와 장지이와 장진의 세대간의 갈등...



멀리서 사람을 잡는 카메라 기법은 동양적인 여백의 美를 나타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와호장룡의 핵은 마지막에 장지이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한 장면으로 압축되지않나 생각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자유로운 선택을 하라는 양자경의 말에 깨우치는 건 복잡한 인간관계, 속세로부터의 탈피, 해방. 해탈, 초월이었고



無였습니다...





☞ 비천무



제가 이 영화를 보기전에 들었던 얘기들 ...



주인공들의 국어책 대사..원작을 따라가기 위한 허둥댐, 2시간이 넘는 뮤직비디오...등등의 혹평과



한국영화의 새 지평이란 의례적인 카피 그리고 김희선 누드파문이란 사건..들이었습니다...



이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슈이고 흥행요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한국영화의 수준을 가늠해보고 싶어서 보았을겝니다...



저두 비슷한 연유로 보았지만...



처음 한시간 이상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긴 원작을 따라간다는게 그정도 인내와 고통은 감수해야겠지요...



약간은 다음 장면이 예상되었고 그 예상은 보기좋게 다 맞춰지는 재미도 있더군요...



하지만 피아노줄을 찾기위해 아님 대역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를 보지않는 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무협의 이름을 빌린 약속이라고 했는데 뻔한줄 알면서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한 그 영화나 별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눈을 통해 찾는 재 확인의 카타르시스를 어쩜 우린 즐기는지도....







확실히 와호장룡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잘 만들고 못만들고가 아니라...



얼마가 들었냐는 제작비 비교도 아니고...



와호장룡은 무협 그 이상의 여백을 만들어냈고 비천무는 무협 그 이상의 멜로를 만들었습니다...



그 여백의 미학은 망각을 더욱 더디게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