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노신부 메린은 유적지에서 고분을 발굴하다 이상한 조각을 발견한다. 악마를 상징하는 조각을 보며 노신부는 불길한 기운에 휩싸인다.

미국 조지타운의 조용한 주택가. 온갖 문명의 이기가 갖춰진 고급 저택에 사는 천진한 어린 소녀 리건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명배우인 아이의 엄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는 신경장애라고 진단하여, 그에 따른 치료를 하지만 리건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된다.
병원을 옮겨가며 원인을 밝히고자 했던 노력이 실패하고... 결국 아이의 병은 육체적인 것이 아닌 심령적인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엄마는 망설임 없이 병원 대신 성직자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어머니의 쓸쓸한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고뇌하고 있던 카톨릭 사제 카라스 신부는 악령을 쫓기 위한 제의(엑소시즘)를 제안 받는다. 그러나 리건의 병이 악령에 의한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결정을 미룬다. 그러는 와중에 리건의 증세는 날로 흉포해지고, 결국 카라스 신부는 엑소시즘을 결심한다. 그리고 엑소시즘의 경험이 있는 노신부 메린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4반세기가 흐른 지금, 전대미문의 공포가 부활한다!

1973년 12월 26일 개봉한 [엑소시스트]은 개봉 주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연일 극장 앞은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출동해 해산시키는 사태도 일어났다. 상황은 극장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충격적인 화면에 비명을 지르는 것은 예사였고, 토하거나 졸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또한 종교계와 의학계 권위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전세계는 [엑소시스트]에 열광했고 이것은 하나의 '현상'으로 발전했다. 당시 1억 6천 5백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하였다. 28년이 흐른 지금까지 어떠한 공포영화도 이 작품의 흥행기록을 위협한 적이 없었다.

[엑소시스트]는 이러한 열광에 보답하듯 74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등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이 중 각색상과 음향상을 수상했다. 또한 골든 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조연상 4개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1999년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영화사상 가장 무서운 영화 1위"에 올라 명실공히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스파이더 워크' '십자가 자위' 장면 등 11분 가량의 미공개 장면과 디지털 사운드로 강화된 숨막히는 공포!

[당신이 결코 보지 못했던 버전(A version you've never seen)]이란 부재를 달고 부활한 [엑소시스트:디렉터스 컷]. 이번 재개봉작은 오리지널판에 11분을 추가하고 디지털로 리마스터링되었다. 새로이 추가된 부분은 이 영화의 영적인 깊이와 공포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는 평.

특히 화제의 중심은 악명높은 '스파이더 워크'와 '십자가 자위' 장면을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 악마에 의해 지배당한 리건이 몸을 비틀어 흡사 거미처럼 계단을 기어다니는 장면과 십자가로 자위하는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십자가 자위 장면은 73년 개봉 당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삭제되었던 문제 장면. 디지털로 리마스터링된 사운드 트랙은 6 트랙 디지털 서라운드 음향을 덧입혀 공포의 강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탄탄한 제작군단의 초특급 프로젝트

악마가 씌인 사람이나 사물에서 사탄이나 악마를 몰아내는 종교 의식을 의미하는 '엑소시즘'.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 [엑소시스트]의 시작은 실제로 1949년 메릴랜드에서 있었던 14세 소년의 엑소시즘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출간된 [엑소시스트]에서 비롯됐다. 71년 소설이 공개되자마자 이 새로운 장르의 공포는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 해 미국에서 2천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며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무려 55주 동안이나 올랐다.

원작자인 블래티는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이 소설의 영화화를 타진하였고 제작과 각색 과정에도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몇몇 A급 감독을 추천했는데 그 중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블래티는 영화 [프렌치 커넥션]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의 기용을 적극 주장해 남다른 선견지명을 보여줬다. [엑소시스트]는 무엇보다도 공포영화가 지녀야 할 제일의 미덕인 공포감 전달에 완벽하게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영화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뛰어난 분장과 음향효과다. 아카데미 3회 수상에 빛나는 로버트 쿤드슨과 크리스 뉴먼은 오싹한 사운드와 원초적인 악마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흉폭한 악마의 만행으로 인해 변해가는 리건의 모습은 [대부1,2]의 분장을 맡은 딕 스미스의 솜씨. [엑소시스트]는 뛰어난 특수분장, 탁월한 사운드와 더불어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로 수많은 영화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명작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