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가 '예술 영화' (기준이야 없지만 대체적으로 쓰이는 판단에 따름) 취급을 받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합법적'으로 볼 수 없던 몇 년 전까지는 영화 매니아가 아닌 이상 일본 영화를 쉽게 구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귀한 것은 '뭔가 특별한 것'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서 예술 영화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우리 나라 영화가 '베꼈다' 하면 대부분 일본 영화여서 더욱 신비롭게 보였고 외국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수상을 한 동양 국가가 바로 일본이며 '거장'이라 불리우는 구로자와 아키라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일본 영화를 흔히 '예술 영화'로 취급하곤 했다.

하지만 절대 '예술'의 기준도 없으며 그러기에 일본 영화가 무조건 다 '예술 영화'는 아니다. 진정 일본 영화가 '예술 영화' 취급을 받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사람'에 있다.

필자는 일본이란 나라를 정말 무서워한다. 정말 머리가 귀신같이 돌고 그래서 정말 귀신같이 무섭다. '일본인의 눈'하면 물기가 없으면서 창백한.. 예를 들면 기모노에 하얀 화장을 한 게이샤의 눈. 가끔은 링에서의 귀신 눈이나 일본인은 아니지만 '림프 비즈킷'의 베이시스트의 눈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일본 영화는 정말 어이가 없다. 사람..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일본인이 만든 영화는 의외로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어느 일본인 작가가 미친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고 했는데 분명 더 많이 미친 사람들이 일본에 더 많다. 그런데 영화는 더 인간적이다.

1월 6일 개봉하는 <무사>는 기본적으로 사무라이의 이야기이며 장면 장면은 액션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이야기를 이루는 것은 '칼'이 아닌 '사람'이다. 이 사무라이 영화는 '액션'이 아닌 '드라마'에 가깝다. 웅장한 영상과 무게 있는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화려한 칼싸움과 함께 하는 드라마. 이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한 가지를 보여줄 때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유치해지면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 것일진데 <무사>는 그 두 부분을 안타깝게도 다 잡지는 못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철도원>이나 <엑기>에서 보여줬던 호흡 조절의 탁월함은 분명 <무사>에도 있다. 절대 성급하지 않으며 너무 감상적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내러티브는 분명 존경할 만 하나 전체적으로 무사 7명의 이야기에서 실질적 주인공 '오가타 켄'의 이야기로 흐르는 결말은 위에서 말했듯 두 가지를 모두 잡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중심을 벗어 난 플롯이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인물 설정 역시 너무나 전통적 캐릭터로 정해져 전체 이야기를 인물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로 치우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 <무사>가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는 것은 무수히 만들어 왔던 사무라이 영화 틈에서도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가 적절해 단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사람의 이야기'를 거리를 두지 않고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연출력과 명배우들의 호흡에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시대극은 우선 세트와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무사>의 장점은 여기서도 보여진다. 의상은 절대 그 당시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보기에 '저 의상..' 하는 생각만 안 가지게 하면 된다. 세트 역시 마찬가지인데 의상과 세트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찬찬히 영화를 뜯어보자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방금 영화를 봤음에도 도저히 일본 이름을 외우질 못해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주인공 (오가타 켄) 과 반대편 (소니 치바) 의 대결 구도. 오카타 켄의 부인과의 관계. 장군의 장남 다께치요를 없애려는 장군의 수하들의 전체적 이야기. 그리고 진정 사람 냄새 나게 하려 했던 7명의 사무라이들.. 분명 액션과 드라마가 절묘하게 교합될 이야기들이다. 그 절묘함은 '오카타 켄'의 연기에서 크게 빛을 발하며 절제된 감정의 분위기에서 나머지 6명의 인간적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영화는 너무 좋을거야. . 정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할거야..' 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면야 못 느끼겠지만 광활한 대지에서의 웅장한 long shot의 투박한 매력에 일렉트릭 기타와 락 발라드 풍의 노래가 흐르는 것은 분명 어이가 없었다. 악마의 출현에 아름다운 오페라 곡이 나오는 것이야 악마 성을 배가시키기 위함이라 지만 칼과 딱 총으로만 싸웠던 에도 막부 시대에 일렉트릭 기타라니. . 하지만 잠깐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나면 그 음악 역시 광활한 대지의 웅장함과 맞물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사람 성격 따라 다르겠지만. .

한 가지 곁들여서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춤추는 대수사선>의 주인공 '오다 유지'의 이름을 보고 가는 일은 없길 바란다. 물론 7명의 사무라이 중 한 명이지만 대사는 다섯 마디도 안 되고 볼따구니엔 철갑 가면을 쓰고 나오니까 그의 매력을 찾을 순 없다. 뭐. . 홍보사 분들껜 죄송하지만 어차피 '오다 유지'가 아니어도 <무사>엔 충분한 매력이 있으니까.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