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죽은 어머니를 꼭 닮은, 마음씨 고운 여자가 형에게 시집온다. 그러나 형에게는 다른 여자가 생기고 형수는 매일 밤 혼자서 빈방을 지키며 가족을 돌본다. 아버지는 그런 형수를 가슴 아파하지만 형은 가정으로 돌아올 기미가 전혀 없다. 평범한 사무원이던 누나는 시집을 가면 가밭일과 남편 섬기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여자의 숙명에 염증을 느끼고 창녀가 되지만 그곳의 지배인과 눈이 맞아 그에게 시집간다. 방황을 하던 나는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오니 이제 집에는 아버지와 형수 둘만 남게 된다. 아버지는 형수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보라며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만 형수는 혼자 남은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으며 남편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행복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고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형수의 대사는 앞치마를 두르고 빨래와 청소를 하는 숙연한 모습에서 또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나일론 끈을 부여잡고 자위행위를 하는 슬픔을 머금은 그녀의 모습에서 소리없는 메아리가 되어 관객의 귓가로 울려 퍼진다.

이상한 제목의 이 영화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데뷔작으로서 오즈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린 영화광답게 일본 영화의 정신적 지주 오즈 감독에게 오마쥬를 바치고 있는 영화이다. 가족에 대한 오즈의 전통적인 입장에 관해 조목조목 뒤집어서 대꾸하는 감독의 목소리를 90년대 일본영화의 새로운 물결의 모태가 된 로망 포르노 형식을 간직한 채 감독 나름대로의 오즈에 대한 다소 공격적인 독해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집요하리만치 오즈의 거의 모든 영화의 모티브를 짜깁기해놓은 내러티브와 이미지들은 오즈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감상한 사람들에게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흡사 장난을 치듯 오즈를 베끼던 마사유끼 감독도 마지막 순간만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대화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거장을 참조하는 영화의 가장 대중적인 버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함께 춤 추실까요?>로 잘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이상한 제목의 데뷔작 <변태가족, 형의 새각시>는 완전히 오즈 야스지로에게 바쳐지는 오마쥬이다. 형은 결혼을 하지만 금새 다른 여자가 생긴다. 형의 새 각시는 매일 밤 혼자 지내야만 한다. 그래서 보다 못한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불러 친정집으로 가는편이 어떻겠냐고 말하지만 그녀는 싫다고 한다. 이 작품은 비록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번득이는 상상력과 차분한 시선으로 인해 열렬한 지지자를 만들어냈다. 그중엔 이타미 주조 감독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 <마루사의 여자>에 관한 메이킹 필름을 수오 마사유키 감독에게 맡겼다. 이 다큐멘터리는 87년 동경국제영상페스티발에서 작품상을 받았으며 이 영화의 속편 <마루사의 여자2>에서도 다시 한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비평과 흥행성을 겸비한 국제적 일본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