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TV연예"는 작년 시민단체가 뽑은 최악의 TV프로그램으로 선정될 만큼 문제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다. 수/목요일 이틀 연속 방송으로 방송횟수도 늘리고 사회자도 3명으로 보강하면서 SBS 시청률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의 "섹션 TV 연예통신"의 등장으로 약간 입지를 좁히긴 했지만, 그래도 수요일에 MBC 보던 사람들도 목요일에는 SBS를 본다.(?)

이렇게 TV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한밤의 TV연예에서 방송한 <다찌마와 Lee> 관련보도 때문이다. <다찌마와 Lee>는 제작초기에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영화가 완성된 뒤 영화의 재미와 류승완 감독의 인기 덕분에 최고의 디지털 인터넷 영화로 자리잡았다.
(사실 <다찌마와 Lee>를 비롯해 씨네포엠의 3가지 프로젝트가 모두 100% 디지털 영화는 아니다. 일부 촬영은 베타로 작업했으니까)

필자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한밤의 TV연예에 <다찌마와 Lee>가 등장하기 전, 그러니까 기존 영화관련 매체나 인터넷 관련 매체에서만 홍보가 진행되던 때까지의 <다찌마와 Lee>의 관람객수는 20만명 정도, 동시관람객수 200명 정도였다. (총 조회수는 40만 정도) 그러던 것이 한밤의 TV연예 방영 이후 폭발하고 있다. 하루에 2만명씩 신규회원이 늘고 있으며, 동시관람객이 600명까지 늘어났다. 방송이 나간 7분 후부터의 일이다.

확실히 인터넷의 영향력과 TV의 영향력은 다르다.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띄워주며 가장 '잘나가는' 영화 사이트 중 하나였던 씨네포엠이지만,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7분 방영한 분량을 못따라가는 것. 인터넷의 활성화와 장점 등을 마구잡이로 얘기하고들 있지만, 2500만 네티즌 시대에도 아직까지 인터넷은 TV를 따라잡기 힘겹다.

제작사인 씨네포엠은 <다찌마와 Lee>의 부밍업으로 들떠있는 가운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정재, 유지태를 투입하며 인터랙티브 SF를 선언했던 <MOB2025>의 좌초, 최초의 인터넷 영화로 화제를 모으던 조영호 감독 프로젝트들의 흐지부지 속에서 <다찌마와 Lee>는 확실히 국내 인터넷 영화의 신호탄을 열었다. 그것은 연예프로그램의 대명사인 '한밤'이 땜방용 꼭지가 아닌 정식 꼭지에서 다루어주었다는 데서 절정에 다다른다. 인터넷 영화는 <다찌마와 Lee>를 통해 절정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지운, 장진, 류승완 만한 감독을 더이상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인 '독특한 시각의 유명감독'이라는 컨셉에서는 또한 위기이기도 하다.

또다시 <다찌마와 Lee> 만한, 완성도 있고 깜찍하고 우스꽝스러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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