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도 보지 못하고 기자 시사회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을 망각한 채 뺀뺀 놀다가 우리가 주최하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오니. . 참 민망할 따름이다. 시사회를 보고 다음날은 일이 있어서 충청 남도에 가게 됐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보니 . . 가리봉 역.

'아. . <눈물>의 가리봉이구나. .'

'<눈물>의 가리봉'은 '눈물의 가리봉'이 될 수 있는가. .

영화가 한참 제작중일 때 '저거 만들어지고 나면 <나쁜 영화>랑 비교되겠네. . 주인공 제대로 놓고 페이크 씨네마로 안찍는 거 보니까 저 양아치 애들 양아치도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겠네. . 저런 얘기는 편협하게 흘러가는 수밖에 없는데. .'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애를 때린다고 난리치는 장면이나 길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 아버지가 찾아와 때리는 장면. . 등 관객과의 일치감을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쓴 모습은 역력하지만 그것이 크게 의도적인 티가 나거나 분위기를 만들어 들어간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비극을 우선으로 두지는 않았다. 관객과의 동일시를 피력했지만 기본적으로 비극의 주요 요소인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을 보여주지는 않지 않은가. . <눈물>은 하나의 단면으로만 흘러가지 않으며 그저 사는 모습만을 나열하는 듯, 아무런 의미도 내포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도 않는다. 적절한 파토스를 느끼게 하며 따라서 약간의 에토스도 있다.

이런 사실주의적 영화는 흐름에 민감하다. 어떠한 큰 사건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튀고 또 반대의 경우는 너무 싱겁다.

'나쁜 잠'이란 단어가 너무나도 유치해 귀에 거슬릴 정도이지만 실제 정신적 타락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짓는다는 점에서 캐릭터간의 분위기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만은 틀림 없으며 그 상황도 여러 캐릭터 사이에서 흐트러짐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이질감도 느끼게 하지 않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듯 그것의 삽화적 플롯과 그 단어가 너무나도 귀에 거슬렸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현재까지 디지털 촬영을 한 영화들처럼 <눈물> 역시 '디지털로 찍을 만한 영화'이다. 약간의 동떨어진 느낌과 생뚱한 분위기. . 그것을 잘 표현했다. 가끔 다큐의 분위기를 위해 쓴 bird's eyes view 촬영은 그저 영화의 성격이 너무나 중언부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그것이 흐름을 끊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일면의 성공이다.

하지만 위에서 잠깐 말했듯 하나의 이야기로만 가지 않는다면 이율배반을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을 말하려는지. . 조금 더 나아가서는 이 영화가 왜 필요한 지를 느낄 수 없게 한다. <나쁜 영화>와 비교하기 싫지만. . <나쁜 영화>는 그 영화만의 독특함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이야기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의 흐름만을 줄지어 보여주고 그저 그들을 따라갔다. 그래서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중간에는 왜 노숙자들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영화>만의 매력이었다. <눈물>에는 그것이 없지 않은가. . 한 명은 감옥에 가고, 한 명은 다른 남자를 만나고. . 두 명은 현실에서 도피하려 하고. . 여기서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가! 혹은 그들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 편협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의 단점이 이것이다. 문제는 감독의 생각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그 생각을 영화에 투영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이다. 감독은 그저 관객에게 보여지는 영화를 책임지는 것일 뿐 사회학이나 철학의 역사에 남아야 할 사람은 아니다. 그 아이들이 가리봉에서 겪는 이야기,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절대 그 아이들이 부탄 가스를 흡입하는 것에서 불쌍하다거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감독 역시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말은 많이 해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필자가 참 애처롭다. . 어설프게 정리하자. .

'그들은 어떤 아이들이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편협하지 않은 것인 동시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주장은 확실히 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것을 보여주거나 판단을 관객에게 맡기는 것을 못하게 된다. 임상수 감독은 분명 전자를 택한 것이리라. . 안타깝게도 이것이 영화의. . 아니 대중영화의 한계 아니던가. . 영화는 이데아를 정신 세계로 받아들여 그것을 가시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그런 이론상의 멋진 작업은 아니다. 그저 감독은. . 선택을 했을 뿐이다.

기성세대들이 흔히 하는 착각.
'우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안다. 그들은 단순하다'
'그곳에서 같이 생활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알 수 있다.'

<눈물>은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그러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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